탈북민들, 이인영 통일부 장관 명예훼손으로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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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이 한국의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정착한 4인의 탈북민들이 22일 한국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을 규탄했습니다.

북한 인권 실태와 관련된 탈북민들의 증언을 검증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인영 장관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앞서 이인영 장관은 지난 3일 외신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북한인권기록이 실제로 그런지, (탈북민들의) 일방적인 의사를 기록한 것인지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들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4인의 탈북민과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 물망초는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을 문제 삼으며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했습니다.

탈북민 출신 만화작가인 최성국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온갖 인권 유린을 겪은 탈북민들을 이인영 장관이 한 순간에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최성국 씨:이인영 장관은 가족이 비참하게 죽은 고통을 아십니까. 어머니가 고문이나 조사 도중 아들을 고발해야 하고, 아들은 고통에 못 이겨 누나를 고발해야 하고, 또 아버지는 이런 현실을 견디기 힘들어 죽어야 하는 그 고통을 아십니까. 도대체 무슨 근거로 탈북민들의 가슴을 찢어 놓습니까. 어떤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는 겁니까.

한국에 정착한 지 15년이 된 탈북민 김태희 씨도 이인영 장관의 발언이 경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씨는 자신이 세 차례에 걸쳐 중국에서 북송된 뒤 인권 유린을 당했다고 증언하며 “북한 인권 실태와 관련된 탈북민들의 증언이 한결 같은데 어떤 검증이 필요한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른 탈북민인 이은택 씨는 북한 당국에 의한 인권 유린의 증거가 많은데도 북한 당국에 이와 관련된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이은택 씨:북한 당국의 살인과 인권유린의 증거는 (현재 한국에 있는) 실향민들과 탈북민들입니다. 또한 오토 웜비어의 사망이 그 증거이며 지금도 생사를 알 수 없는 국군 포로들이 증거입니다. 정치범수용소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있는 '통영의 딸'이 증거입니다.

기자회견 직후 4인의 탈북민과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 물망초는 서울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탈북민들은 고소장을 통해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증언한 북한 인권 침해 실태는 기회가 많지 않아 극히 일부밖에 알리지 못했다”며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체적 참상을 생각하면 현재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탈북민들은 “한국의 통일부 장관이 북한 주민들을 인권유린의 수렁에서 구출하는데 앞장서야 함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며 탄압하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직무유기이자 권리남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22일 정례 기자설명회를 통해 이인영 장관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신뢰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종주 한국 통일부 대변인:통일부 장관은 지난 3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탈북자들의 증언은 신뢰할 수 없는 거짓말'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없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탈북민들에 대한 조사와 기록 과정이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 인권 실태 기록을 충실하게 진행하고 있다면서 탈북민들의 증언이 한국과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는 귀중한 기록이 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종주 대변인은 “탈북민들에 대한 기록들을 축적해가는 과정에서 개인의 피해사실뿐만 아니라 북한 인권과 관련한 제도나 정책, 환경 등 제반 변화 요인까지 검증하고 확인할 것”이라며 “이렇게 종합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북한 인권 기록의 정확도, 충실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