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앞으로 개최될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제37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했던 한국의 북한인권 단체인 'NK워치'의 안명철 대표는 북한의 비핵화만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이라며 이 같이 주장했는데요.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안명철 대표를 직접 만났습니다.
목용재: 대표님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현재 제네바에서 유엔 인권이사회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주에 유엔 현장을 직접 방문하셨다고요.
안명철: 네. 현재 제37차 유엔 인권이사회가 열리고 있는데 3월 12일부터 14일 사이에는 북한 인권이사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 NK워치는 이 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왔습니다.
목용재: 앞서 대표님은 수차례 유엔 인권이사회 참석해서 북한인권 관련 발언을 하신 바 있습니다. 이번엔 어떤 내용을 강조하셨습니까?
안명철: 저희 NK워치가 참석한 비정부단체(NGO) 가운데 첫번째로 발언했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평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는데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 핵무기보다 북한 인권 상황이 더욱 큰 문제라는 겁니다. 국제사회가 핵문제에 가려진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얘기했습니다.
목용재: 북한 인권 문제 가운데 어떤 부분을 강조하셨습니까?
안명철: 지난 3월 8일은 세계여성인권의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강제 북송된 여성 탈북자들의 인권문제에 대해 발언했습니다. 또한 북한 인권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권유린 현장인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 안의 수감자들의 생사확인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목용재: 남북,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최근 한반도 긴장상태가 완화되는 분위기인데요. 유엔 현장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체감하셨나요?
안명철: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북한 인권상황, 특히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각 나라가 열악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해 토론했는데요. 현장에서 러시아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에 큰 압박을 가해선 안 된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 때 회의장이 술렁이기도 했습니다.
목용재: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 참석 외에 어떤 일정을 소화하셨습니까?
안명철: 첫날에는 저희가 제네바 현지에 있는 '유엔 워치'와 사이드 이벤트, NGO 발언 준비로 관련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유엔 워치는 저희 단체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국제인권 단체입니다.
목용재: 사이드 이벤트, 그러니까 북한인권 토론회도 개최하셨는데요.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어땠습니까?
안명철: 사이드 이벤트에는 북한인권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시에 증언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가해자로서는 정치범수용소 경비병 출신인 제가 발언했습니다. 피해자는 부모님이 수용소에 끌려 간 탈북 여성이 증언했습니다. 연좌제로 본인도 보위부 구류장에서 고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참가했던 방청객들 가운데에는 이 증언을 듣고 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북한 인권 상황이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목용재: 토론회 현장에 북한 당국자들이 직접 방문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안명철: 언론은 북한이 인권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는데 실제로는 참석했습니다. 공식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저희가 참석한 날은 북한인권주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북한 관계자들은 어떤 발언이 나오는지 듣고 이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저희가 파악하기론 북한 보위성원 한명이 참석했고 북한 외교관이 저희 사이드 이벤트 때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목용재: 북한 인사들이 왜 민간 차원의 북한인권 토론회까지 참석했다고 보십니까?
안명철: 북한은 그동안 우리민족끼리 등 대남 매체를 통해 탈북자들의 국제사회 발언에 대해 '거짓말', '도주자', '반역자들'이라고 비난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탈북자들의 활동을 비난하려는 목적으로 참석했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앞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말씀하셨는데요. 김정은 집권 전후로 정치범수용소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안명철: 변화가 있었습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압박하니까 김정은은 집권 이후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려는 시도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2년 6월에는 제가 근무했던 22호 회령수용소를 폐쇄하고 그 안에 있는 정치범들을 타 수용소로 분산 수용했습니다. 국제사회가 많이 알고 있는 요덕수용소의 혁명화구역은 폐쇄했습니다. 그곳에서 3년 형기를 마치고 생존한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수용소 문제를 얘기하니까 북한 입장에서는 그 원인을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요덕수용소를 폐쇄한 겁니다. 지금은 혁명화구역은 없어지고 완전통제구역만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런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후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관련자들까지 수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정치범수용소 폐쇄 작업은 없던 일로 되돌린 것 같습니다. 대표적으로 16호 화성수용소를 확장하는 등 기존 수용소를 넓히는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목용재: 대표님은 정치범수용소 경비병 출신입니다.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벌어지면 수감 인원을 모두 사살하는 훈련을 받으셨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명철: 수용소 관리자들은 보위성원입니다. 보위성원들은 수용소 안에서 생산물을 책임지거나 도주 시도자와 불순분자를 체포하는 등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경비대 임무는 평시에는 도주자를 추적, 체포, 처형하고 폭동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진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특히 북한 정권이 붕괴하거나 전쟁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해 증거인멸 차원에서 그 안에 있는 정치범들을 사살하는 역할도 합니다. 또한 구류장, 감옥들을 폭파하고 증거를 인멸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경비대는 각자 맡은 구역이 있습니다. 경비 중대별로 1500명~2000명 정도로 구성되는 한 개의 작업반을 짧은 시간 안에 모아 놓고 사살합니다. 보통 수용소 마다 40개의 작업반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공포를 동원해서 (사살)하는 훈련도 했습니다.
목용재: 정치범수용소 경비대원들이 여전히 그런 훈련을 받고 있다고 봐야 합니까?
안명철: 그렇습니다. 경비대원들은 국가보위성 직속입니다. 그래서 북한 전역에서 엘리트들만 모아놓은 집단입니다. 경비대 근무를 마치면 보위성원이 될 수 있는 후보들입니다. 수용소를 관리· 통제하려면 이 같은 훈련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목용재: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습니다. 북한인권 운동가로서 정상회담에 바라시는 점이 있습니까?
안명철: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 관계가 평화 분위기로 돌아섰습니다. 미북대화도 예정돼 있는데요. 국제사회가 북핵과 미사일 문제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문제 가운데 가장 핵심은 핵무기와 미사일보다는 북한인권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의 삶이 편해질 수 있도록 정상들이 만나서 그들에 대한 인권유린 문제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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