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지난 1996년 5월 한국 최초의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창립됐습니다. 그 이후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삶을 개선시키려는 다양한 활동이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확산하기 시작했는데요. 이 같은 활동이 올해로 25주년을 맞았습니다. 이에 자유아시아방송과 북한인권기록관건립추진위원회는 그동안 이뤄진 활동들을 재조명하고 향후 방향을 제언하기 위한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세번째 순서로 북한 주민들에게 각종 정보를 제공해 그들의 인권을 개선하려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남은 과제를 살펴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2월 북한 당국은 한국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도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는 내용의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을 제정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조치인 셈인데, 북한으로 유입되는 외부의 정보에 북한 당국이 얼마나 민감해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북한인권운동가들은 북한 당국이 이처럼 주민들에 대한 사상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그동안 이뤄졌던 대북정보유입 활동의 성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외부의 정보가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그만큼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 내에선 2000년대 초부터 북한에 정보를 들여보내기 위해 민간차원의 대북전단살포, 대북라디오방송 등이 진행돼 왔습니다. 이와 함께 휴대용 저장장치에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종교 관련 영상이나 음악 등 각종 콘텐츠를 담아 북한에 유통시키는 활동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대북라디오방송, 북한 전역 위성TV 방송으로 발전해야
이런 활동들 가운데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는 것은 대북라디오방송입니다. 지난 2005년부터 대북라디오 방송을 해왔던 자유조선방송과 열린북한방송이 지난 2014년 통합하면서 출범한 국민통일방송은 단파와 중파(AM)로 하루 3시간 북한에 라디오방송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탈북민이 운영하고 있는 자유북한방송과 북한개혁방송도 각각 2004년과 2006년 개국한 이후 현재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방송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자유북한방송과 북한개혁방송은 각각 하루에 4시간, 2시간씩 방송을 진행합니다.
대북라디오방송사들은 지난 20여 년 간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해 다양한 방송을 해왔습니다. 국민통일방송의 경우 방송 초창기 북한 정권과 체제의 비판에 초점을 맞추다가 한국의 발전사, 한국의 영화 및 노래 등 문화, 청년들의 연애, 북한 내 소식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을 다뤘습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결국 북한 사회가 달라지지 않으면 (북한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회가 변화하기 위해선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이를 통해 북한도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자유북한방송은 탈북민들을 출연시켜 그들이 겪은 인권유린과 관련된 증언, 북한 내부 소식, 북한 지도부 비판 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북한개혁방송은 북한의 간부들과 지식인층을 주 청취대상으로 설정하고 이들을 계몽시키는 것을 목표로 방송을 진행해왔습니다.
이광백 대표에 따르면 현재 한국과 미국의 대북라디오방송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청취율은 10% 내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비록 낮은 수치지만 꾸준한 방송이 이뤄진다면 북한 사회가 변화할 동력도 점차 강해질 수 있다고 대북방송사들은 강조합니다.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통제함에 있어 과거처럼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는 대북방송의 성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에 인권, 권리 등과 관련한 외부 정보가 들어가면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이 상당부분 깨어났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대북라디오방송의 경우 현재로서는 북한 주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에 주목됩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1년전 이야기도 북한 주민들에게는 뉴스입니다. 외부소식 자체가 뉴스니까요. 또한 북한주민들은 인권을 모르니까 이를 깨우쳐줘야 합니다.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우리 방송의 역할입니다. 끝까지 할 겁니다.
대북라디오방송사들은 북한 주민들의 청취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당면한 과제로 꼽지만 장기적으로는 북한 전역에 대한 위성 TV 방송이 목표라고 입을 모읍니다. 라디오보다는 영상이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북한 전역에 송출되는 미디어 방송 TV를 하는 게 꿈입니다. 이제 북한에서도 휴대폰, 그외 기기 등으로 볼수 있는 TV 방송이 필요합니다. 한국이 위성DMB TV 방송을 북한에 하는 거죠. 라디오 방송과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열린 세계의 미디어 환경을 북한에도 구현해야 합니다.
대북전단금지법 ·코로나19에도 대북정보유입활동 지속…"북 주민 의식 변화 위해"
한국 내에선 대북라디오방송과는 별도로 북한에 정보를 유입하는 활동도 전개되고 있습니다.
남북접경지역 이남에서 이뤄지는 대북 정보유입활동의 경우 한국 정부와 여당이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을 시행하면서 사실상 금지됐고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로 인해 북중 국경이 봉쇄되면서 북중 국경을 통한 활동도 위축된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북한전략센터, 노체인, 북한개혁방송 등 관련 단체들은 밀수 등 다양한 계기를 통해 북한에 정보를 들여보내고 있습니다.
정광일 노체인 대표의 경우 2009년 CD에 각종 콘텐츠를 담아 이를 북한에 들여보내기 시작했고 2012년경부터는 USB, 2015년부터는 초소형 저장매체인 SD카드를 활용했습니다. 최근에는 작고 용량이 큰 휴대용 저장기기에 대한 북한 측 수요가 높아 북한에 주로 SD카드가 들어가고 있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입니다.
정광일 노체인 대표: SD카드의 경우 작으니까 감추기가 좋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이 이를 요구하죠. (최근) 정기적으로 보내진 못하지만 우리 단체가 후원 받은 만큼 보내고 있습니다. 개인, 단체 차원의 후원이 들어오는데 코로나19 상황이라 대북정보유입이 쉽진 않습니다. 그래도 지난달 16일에 3000개를 보냈습니다.

휴대용 저장기기를 통해 북한으로 유입되는 콘텐츠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해졌습니다. 정 대표는 한국의 영화, 드라마 등을 위주로 보내다가 백과사전, 북한 체제선전 음악을 편곡 및 개사한 노래 등도 포함시켰습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도 2008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평균 1만개 이상의 휴대용 저장기기를 북한에 들여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선 북한 주민들이 적어도 32기가바이트 이상의 대용량 휴대용 저장기기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에 필요한 정보의 유입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국민통일방송의 이광백 대표는 국제 금시세 자료를 북한으로 들여보내 북한 내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대표:얼마 전 북한 주민에게 국제 금시세 자료를 제공했는데 이 북한 주민의 경우 금을 거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전에는 금시세를 몰라서 중국 측이 요구하는 값에 거래를 했는데 저희가 제공한 금시세를 바탕으로 거래를 해서 괜찮은 수익을 얻었다고 합니다.
강신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통일아카데미 대표)는 “북한 경제 일부가 이미 시장경제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독과점 및 정경유착 등 시장경제의 폐해가 이미 만연해 있을 것”이라며 이를 대북정보유입 활동을 통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강 이사는 앞으로 북한 주민들이 외부 콘텐츠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단말기를 들여보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외부 영상 등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단말기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현재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강신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통일아카데미 대표):현재 북한 주민들이 선호하는 단말기는 판형 컴퓨터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 자체적으로도 판형 컴퓨터를 많이 생산하고 있고요. 이를 (외부에서 제작해) 북한 내 암시장에 유통시키는 겁니다.
이어 강 이사는 “판형 컴퓨터의 경우 북한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외형과 비슷하게 제작해 유통시켜야 한다”며 “이런 단말기들이 북한 내에 확산될 경우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외부 정보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북중 세관에서 휴대용 저장기기에 대한 검열을 강화해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정보유입의 수단보다는 절대적 유입량이 중요하다”며 “국제사회가 대북정보유입과 관련된 예산을 마련해 북한에 기존보다 더 막대한 양의 정보를 유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멈춰선 대북전단살포 활동…“대북전단금지법 폐지 운동 벌여야”
대형 풍선을 활용한 대북전단 살포의 경우 한국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멈춰선 상황입니다.
지난 2003년 민간 단체로는 처음으로 대형 풍선을 활용해 북한에 대북전단을 살포해 온 이민복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대북풍선단) 대표는 대북전단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 대표는 한국 정부 당국이 살포한 한국전쟁의 역사적 사실을 다룬 전단을 보고 탈북해 지난 1995년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이 대표는 현재 대북전단금지법으로 인해 대북정보유입 활동이 범죄 행위가 됐다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의 경우 대북전단금지법에 반발해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했다가 한국의 수사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한국 내에서 이뤄지는 대북정보유입 활동이 모두 막혔다고 지적하며 하루 속히 해당 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손광주 전 남북하나재단 이사장:북한인권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알려야 합니다. 국제사회가 북한 주민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이 알아야 합니다. 또한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 의식 제고 운동을 해야죠. 이러기 위해선 먼저 대북전단금지법부터 폐기해야 합니다.
이어 손 전 이사장은 “대북전단을 빌미로 한 북한의 안보위협을 대북전단금지법으로 대처한 것은 한국 정부와 여당이 범주의 오류를 범한 것”이라며 “한국 국방부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해야 할 사안인데 이를 통일부 등이 나서서 엉뚱한 한국 국민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