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전쟁 납북인사들의 가족들이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에 대한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국 법원이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납북자 가족단체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24일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이 한국 내에서 판매, 배포되는 것은 한국전쟁 당시의 납북 인사 가족들의 명예와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단체는 이날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강조하며 한국 법원이 김일성 주석 회고록의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조속히 받아들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의 입장문을 대독한 최유경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사무총장은 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인사들의 가족들이자 후손들로서 김일성 주석 회고록의 한국 내 판매 및 배포를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유경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사무총장: 김일성의 악마성은 세습독재로 이어졌습니다. (북한은) 전쟁으로 인한 납북사실도 부인했고 아무런 법적 책임도 다하려 하지 않습니다. 가족들은 혈육의 생사조차 알 수 없습니다. (회고록 출판은) 김일성을 항일 운동가로, 영웅으로 둔갑시켜 우리 자손들에게 알리겠다는 것인데 한국 정부는 도대체 왜 있는 겁니까.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어 최 사무총장은 “한국 법원은 김일성 회고록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즉각 받아들여야 하고 한국 정부는 한국 국민에게 위해를 가한 북한 지도부에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 13일 한국 내 민간단체인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등이 제기한 김일성 회고록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습니다.
당시 법원은 김일성 회고록이 해당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측의 인격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측이 임의로 한국 국민들을 대신해 이 같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거론하며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회고록의 내용이 직접적으로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 측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된 겁니다.
이에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지난 14일 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인사들의 가족 21명의 명의로 한국 법원에 김일성 주석 회고록에 대한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별도로 제기했습니다. 이후 단체는 24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된 법원의 결정을 촉구한 겁니다.
이성의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직계존속에 대해 납치범죄, 전쟁범죄를 저지른 1급 전범이자 책임자를 불세출의 민족영웅으로 거짓 우상화하면서 납치범죄와 맞선 이승만 전 대통령은 사기꾼으로 날조한 책을 유통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납치범죄 피해자들의 직계 자손들의 명예와 인격권을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짓밟는 행위로 사법상의 권리침해에 해당합니다.
또한 단체 측은 이날 공동 호소문을 통해 전두환 전 한국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선 출판 및 배포를 금지한 한국 법원이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고 지적하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지난 2017년과 2018년 한국의 광주지방법원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왜곡된 사실이 게재돼 있다며 이를 수정, 삭제하지 않을 경우 회고록을 판매, 배포할 수 없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성의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는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초과한 대표적인 사례가 김일성 회고록의 유통”이라며 “이번 결정이 굳어지면 향후 어떠한 김일성 찬양물도 막을 근거가 없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소송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도태우 변호사는 “김일성 회고록의 경우 날조된 저작물의 극치”라며 “김일성 회고록이 버젓이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이를 근거로 한 다양한 공연까지 펼쳐진다면 이에 대한 대응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