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KAL기 납치 사건의 피해자 가족이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KAL기 납치피해가족회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17일 북한에 의해 지난 1969년 공중 납치됐다가 돌아오지 못한 납북자들의 생사확인 및 송환, 구제 조치를 촉구하기 위한 차원에서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는 지난 2018년 한국 통일부가 KAL기 납치피해자들의 생사확인, 송환과 관련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권을 침해 당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이와 관련된 진정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국가인권위가 이 같은 진정을 기각한다는 결정문을 지난 3월 뒤늦게 황 대표에게 보냈고 이에 한변과 함께 국가인권위의 기각 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황인철 대표는 이날 행정 소송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독립된 기구인 국가인권위가 북한에 우호적인 한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하며 국가인권위를 비롯해 한국 정부가 납치자 문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우리 가족들은 52년간 (아버지의) 생사조차 확인 못하고 있습니다. 만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비극 속에 아버지의 생사확인이라도 하기 위해, 또 단 한번의 상봉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북한이 납치 문제를 부인하기 때문에 해결 방안이 없다, 대책이 없다고 되풀이했습니다.
이어 황 대표는 “남북의 특수관계를 거론하며 인권 문제를 고려하지 않겠다는 국가인권위를 강력 규탄한다”며 “북한이 1차 가해국이라면 자국민 보호라는 책무를 망각한 한국 정부는 2차 가해국”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도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기관인 국가인권위가 본연의 임무를 망각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3년 가까이 끌어오다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국가인권위가 각하 결정을 내렸습니다. 우리는 인권위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사법부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김 회장은 “항공기를 이용한 공중납치의 경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범행을 저지른 책임자들의 경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국가인권위는 지난 2018년 황인철 대표가 제기한 진정과 관련해 지난 3월 관련 결정문을 내놨습니다.
국가인권위는 황 대표에게 보낸 결정문을 통해 “특수한 남북관계의 틀 안에서 제한적인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통일부의 한계를 고려할 때 국가인권위가 이와 관련해 조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황 대표의 진정을 각하했습니다.
다만 국가인권위는 통일부에 KAL기 납북자 등 전후 납북자 생사확인 및 송환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는 의견도 표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