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DB “북인권·종교백서 발간 못해…하나원조사 배제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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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매년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해 온 한국 내 북한인권기록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올해 백서를 발간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에서 북한인권 실태를 기록하는 민간 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9일 북한인권백서 발간 계획이 14년만에 처음으로 무산됐다고 밝혔습니다. 단체는 북한종교자유백서 발간도 13년만에 무산됐다고 덧붙였습니다.

NKDB는 북한인권, 종교자유백서 발간에 필수적인 하나원 입소자들에 대한 조사를 한국 통일부가 지난해 불허한 것이 주 원인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하나원은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 진출하기에 앞서 정착 관련 교육을 받는 공공기관입니다.

이에 북한인권기록과 관련한 민관 협력 논의를 하고자 한국 통일부에 지속적으로 면담을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게 NKDB 측의 설명입니다.

김가영 북한인권정보센터 (NKDB) 북한인권기록보존소 국장:정부와 민간의 갈등을 봉합해보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공문과 전화 등으로 연락을 취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북한인권과는 관련 업무를 더 이상 담당하지 않는다고, 북한인권기록센터에서 담당한다고 면담 일정을 잡지 않고 있습니다. 통일부 내 다른 부서에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긍정적인 답변은 없습니다.

NKDB는 정부와 민간이 북한인권 기록과 관련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 피해자 구제와 과거 청산을 위해선 관련 기록들의 교차 검증이 필수적이고 이는 민관 협력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하나원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제한되면 민간차원에서 북한인권과 관련한 최신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게 NKDB측의 입장입니다. 탈북민들이 하나원을 퇴소하면 이들의 거주지나 연락처 등을 알아낼 방법이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NKDB는 북한인권법에 의해 설립된 통일부 산하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아직 공개적으로 북한인권 실태 보고서를 내지 못하는 등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김가영 북한인권정보센터 (NKDB) 북한인권기록보존소 국장: 정부 역시 북한인권을 알리는 일을 함께 해주면 좋겠지만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설립 이후 보고서를 전혀 내지 않고 있습니다. 직무유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민간의 역할까지 제동을 걸면 국제사회에 북한인권 실상을 알릴 기회가 차단되는 겁니다.

윤여상 NKDB 소장도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며 “통일부가 민간기관에도 하나원 입소자들에 대한 북한인권 실태 조사 기회를 부여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습니다.

NKDB는 지난 1999년 하나원 개원 이후 통일부와 협력해 하나원 입소자를 대상으로 북한인권실태 조사를 실시해왔습니다.

2004년부터는 조사 범위를 넓혀 하나원 입소자들에 대한 설문 전수조사를 진행했고 2008년부터는 한국 통일부의 공식 위탁사업을 받아 하나원 내 북한인권 실태 조사를 해왔습니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올해 7월을 기준으로 북한인권 관련 인물 정보가 4만 9000여 건, 사건 정보가 8만 여 건입니다.

정부가 사실상 방치해 온 북한인권기록과 관련한 업무를 북한인권법 제정을 전후로 NKDB가 대신 수행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다만 2016년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이후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설립되면서 단체는 통일부로부터 하나원 조사 규모와 질문 문항을 축소할 것을 요구받았고 이에 따라 조사 규모가 1년에 120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NKDB는 이후 2020년 들어 한국 통일부가 조사 규모를 추가로 30% 줄이라는 요구에 재고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하나원 조사를 중단하게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는 자유아시아방송에 하나원 입소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북한인권 실태 조사를 법정 조사기관인 북한인권기록센터, 북한인권과 관련된 국제기구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나원 입소자들에 대한 중복조사로 발생할 수 있는 2차 인권침해 가능성을 막겠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와 하나원이 탈북민 정착지원을 위한 특수 교육기관이라는 점 등이 고려됐다”며 “하나원 밖에서의 탈북민에 대한 민간단체의 실태조사는 제한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