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이산가족들이 65년여 동안 떨어져 있던 북한의 가족들을 만납니다. 2박 3일, 11시간 동안의 만남을 가질 예정인데요. 상봉 행사를 앞두고 있는 이산가족들은 재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북한의 금강산에서 열립니다. 지난 2015년 10월 열린 상봉행사 이후 3년여 만입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두차례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이산가족들은 사흘간 총 6회, 11시간 동안 이별했던 가족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과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막바지 조율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는 20일에서 22일 진행되는 1회차 행사에서는 89명의 한국 측 방문단이 북한의 가족을 만나고 24일부터 26일 열리는 2회차 행사에서는 83명의 북한측 가족들이 한국의 가족을 만날 예정입니다.
당초 한국의 상봉 대상자들은 1회차 행사에서 93명, 2회차 행사에서 88명이 최종 선정됐지만 이 가운데 9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상봉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측 가족 중 상봉을 포기한 사람은 현재까지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의료, 소방인력을 함께 북한으로 파견할 방침입니다. 이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계기로 북한을 방문하는 한국의 방문단은 취재진을 포함해 1회차 560여 명, 2회차 770여 명입니다.
상봉행사를 앞둔 이산가족들은 재회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함경북도가 고향인 김광호(80) 씨는 1회차 상봉단에 선발돼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 씨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가족들과 헤어졌습니다. 흥남철수 당시 미 군함을 타고 한국으로 내려온 김 씨는 그날 이후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김광호 씨: 그때 분위기가 3일에서 일주일 정도만 피했다가 오면 괜찮을 것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큰형, 셋째 형, 누님, 나 이렇게 다섯 명만 피난을 갔습니다. 나머지 어머니와 동생, 조카, 형수에게는 바로 돌아올 테니까 따라올 필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밀려서 흥남부두까지 가게 됐죠.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있는데 그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과 똑같았습니다.
15년여 동안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신청해 온 김 씨는 이번 상봉단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기쁨을 표하면서도 자신보다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선정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며칠 뒤면 만날 친동생에게는 첫인사로 "오래 살아줘서 고맙다"라는 말을 건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광호 씨: 북한에 조카도 있는데 이번 생사확인을 통해 조카들이 모두 60대에 죽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78살 먹은 제 동생은 살아있었던 거죠. 그래서 오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2회차 상봉단에 선발된 권혁빈(81) 씨는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던 친형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감격스러웠다고 합니다. 친형의 생존 사실을 모르고 있던 권 씨는 그동안 이산가족 상봉행사 참가를 신청한 적도 없습니다.
권혁빈 씨: (북한에 있는 형님으로부터 연락이 올지) 예상을 전혀 못했습니다. 68년 정도 만에 소식을 들은 건데요.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어안이 벙벙합니다. 어떻게 살아계셨는지…
권 씨는 오는 24일 방북을 앞두고 북한에 있는 친형에게 어떤 선물을 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권 씨는 "방북하기 전 친형에게 줄 선물을 장만하기 위해 백화점 등을 둘러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법무부는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하는 고령자들을 배려해 강원도 고성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의 출입국 심사를 간소화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자 대부분이 고령자이기 때문에 본인이 아닌 그 가족들이 대리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겁니다.
또한 행사 기간 동안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를 24시간 비상근무 태세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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