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납치피해가족, 유엔에 서한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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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KAL기 납치 사건의 피해자 가족들이 9일 유엔 인권최고대표부에 서한을 보냈습니다. 피해자들의 생사 여부 등과 관련한 북한의 입장을 유엔이 적극 반박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가 9일 북한에 의한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엔 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습니다.

황인철 대표는 이날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발송한 서한을 통해 1969년 KAL기 납치 사건과 관련해 북한이 내놓은 입장을 적극 반박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국제사회의 요구로 내놓은 KAL 납치 피해자들의 생사 여부, 자유의지 등과 관련된 답변이 모두 거짓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겁니다.

황 대표는 서한을 통해 “50년 전 오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납치된 승무원과 승객들의 송환을 모든 유관 관계자들에게 촉구하는 결의 286호를 채택했다”며 “그러나 나의 아버지를 포함한 11명은 아직도 북한에 억류돼 있고 북한의 납치 부인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황 대표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나 “유엔 서울사무소를 통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에게 서한 전달을 부탁했다”며 “유엔 인권최고대표부가 북한의 거짓 답변에 조목조목 반박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012년 5월 KAL기 납치자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억류돼 있는 것이 아니며 이들은 강제 실종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입장은 황 대표가 지난 2010년 유엔 인권위원회 산하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WGEID)에 납치자들의 송환, 생사 확인 등과 관련된 진정을 접수한 것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GAD)이 지난 5월 황인철 대표의 아버지인 황원 씨가 북한에 의해 강제 구금된 것으로 판단한 바 있어 유엔이 북한을 더욱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 황 대표의 요청 사항입니다.

황 대표는 북한이 그동안 내놨던 주장이 거짓이라고 강조하며 “그동안 거짓 답변을 해왔던 북한 스스로도 자신들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 북한이 (KAL기 사건을) 대결책동의 산물이라고 주장합니다. 자식과 부모가 만나는 일인데 이것이 왜 대결 책동의 산물인지 명명백백하게 국제사회의 인권규범에 따라, 또 인도적 절차에 따라 북한은 (명확한) 답을 줘야 합니다.

이날 황인철 대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86호가 채택된 50주년을 맞아 한국 외교부 앞에서 1인 시위도 벌였습니다.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 286호와 국제법 등에 근거해 납치자들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촉구하기 위해섭니다.

지난 1970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86호는 항공기 납치 등 사건에 대해 국제사회가 단호히 대응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같은 국제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날 황 대표는 한국 외교부 앞에서 “북한의 답변에 반박한다”, “유엔 안보리 결의 286호에 따라 납치자들을 송환하라”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 시위를 벌였습니다.

20여 년 동안 KAL기 납치 피해자들의 송환을 위해 활동을 벌이고 있는 황 대표는 북한에 의해 납치된 한국 국민들에 대한 관심이 적어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황 대표는 “KAL기 납치 사건은 과거에 종료된 문제가 아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제”라며 “국제사회와 한국 사회에 다시 한번 이 문제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1인 시위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69년 12월 대항항공 여객기, KAL기 YS-11호를 공중 납치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사건 발생 이듬해 2월 납치한 한국 국민 가운데 일부인 39명만 송환시켰고 여전히 11명의 한국 국민들이 북한에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