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앞둔 이산가족들 “화상 상봉 기대 크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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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내 이산가족들은 추석을 앞둔 상황이지만 악화한 남북관계로 화상 상봉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이산가족들은 지난 7월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되자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의 만남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남북 통신연락선 단절, 북한의 대남 비난 담화 및 순항·탄도 미사일 발사 등으로 긴장이 다시 고조되자 그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이산가족 화상 상봉장을 증설했지만 북한에 있는 가족들과의 화상상봉이 실제로 이뤄질지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심구섭 이산가족협회 회장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이산가족들이 낙심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심 회장은 “연락사무소가 운영될 때는 남북 이산가족들이 언젠가는 서신을 주고받을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며 “이젠 그런 기대감조차도 없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심구섭 이산가족협회 회장 :지난해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잖습니까. 이산가족들은 그 사건 이후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사무소가 폭파되면서 먼지로 날아갔듯이 (북한이) 이산가족들의 마음도 날려버린 겁니다.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도 “미사일이 발사되는 상황에서 어떤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산가족들의 상봉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장만순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남북관계가 화해국면으로 갈 수는 있어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는 등에 대한 기대는 어렵지 않을까요. 추석을 앞두고 양측이 미사일을 쏘는데 (상봉이) 이뤄지겠습니까. 그런 기대는 아예 안 하고 있습니다.

장 위원장은 고령의 1세대 이산가족들의 경우 생전에 고향을 방문해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부에도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지만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낮아보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이종구 통일경모회 총무이사는 한국의 경우 대면 형식이든, 화상 형식이든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위한 모든 준비를 완료한 상황인데 북한의 반응만을 기다리는 것이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총무이사는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됐을 때 추석 이산가족상봉 행사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과연 이산가족들의 바람처럼 이뤄질까라는 의문도 있었다”며 “결국 남북 간 통신 재개가 없었던 일이 돼버려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무이사는 고령의 이산가족 1세대들의 경우 어떤 방식이든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개최되는 것을 원한다면서도 북한이 이에 응할지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종구 통일경모회 총무이사 : (남북) 교류도 전혀 안되는 상황에서 화상상봉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좋죠. 어르신들은 그걸 바라십니다. 통일부가 (화상 상봉장을) 확대해서 시설을 갖추는 등 한국은 준비가 다 돼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가족을 만날 수 있게 응해줘야 하는데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모릅니다. 기대반 우려반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산가족들은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비루스로 인해 망향경모제 등 이산가족들이 모일 수 있는 행사가 지난해에 이어 취소되면서 이번 추석도 조용하게 보낼 예정입니다.

한국 통일부와 통일경모회 등에 따르면 명절마다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리는 망향경모제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열리지 않습니다. 다만 추석을 맞아 개인적으로 임진각을 방문할 예정인 이산가족들을 위해 망배단 앞에 추석 차례상을 마련해 놓을 예정입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의 경우 추석만 되면 공식 행사가 없어도 망배단을 찾아와 간소한 차례를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들이 망배단에서 참배할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를 해놓고 방역 수칙에 맞게 안내 및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경모회도 추석 당일 망배단을 개별적으로 찾는 이산가족들을 지원하고 현장 영상을 이산가족들에게 중계할 예정입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