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인권단체들 ‘전단 금지법’에 반발…“기본권 침해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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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한국 내 탈북민, 북한인권단체들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법안이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통과한 데 대해 일제히 반발했습니다. 특히 단체들은 표현의 자유, 즉 한국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한 법안,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을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통과시키자 한국 내 탈북민, 북한인권단체들은 일제히 반발했습니다.

단체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대북전단 살포가 지속돼 왔는데 이 같은 입법이 왜 현재 시점에 이뤄져야 하는지를 지적했습니다. 특히 ‘대북전단 금지법’으로 북한인권 단체들의 전반적인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은 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한국 정부의 일부 탈북민 단체에 대한 법인 허가 취소 조치와 민간단체들에 대한 사무검사, 여당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와 관련된 입법 조치 등이 이어진 것은 민간단체들로서는 탄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한국 정부와 여당은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시키기 위한 입법조치보다는 해당 단체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작업부터 벌였어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대북전단 살포는 1~2년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10년이 넘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시민단체들이 해왔던 일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특히 정부로서는 북한을 먼저 설득해야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활성화 돼있지 않습니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도 “그 동안 대북전단을 수없이 많이 날려보냈다”며 “대북전단만으로 남북관계가 악화되거나 한반도 긴장감이 조성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통과된 이른바 ‘대북전단 금지법’은 과잉 입법, 한국의 헌법을 위반한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은 한국 경찰의 제지로 지난 3년동안 대북전단을 살포하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새로운 입법조치 없이 경찰관직무집행법만으로도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충분히 자제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민복 대북풍선단장: 6명의 형사가 24시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저는 몰래 전단을 날릴 수 없습니다. 공개적인 행위로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경우라면 경찰관직무집행법을 적용해 막으면 간단합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한국의 여당이 표현의 자유, 즉 한국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입법을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번에 한국 국회 외통위를 통과한 ‘대북전단 금지법’의 경우 한국의 헌법을 위반한 법안이라는 겁니다.

김 회장은 한국의 여당이 남북 접경지역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대북전단 금지법’을 통과시켰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접경지역 주민들 불안의 근본 원인은 대북전단이 아닌 북한 정권의 호전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탈북민, 북한인권단체들은 남북관계 악화의 근본적 원인은 대북전단이 아닌 북한 당국에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북전단은 북한 당국이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구실일 뿐이라는 겁니다.

특히 올해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서해에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사살한 상황에서 이 같은 입법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입니다.

김영자 북한인권시민연합 사무국장은 “남북관계는 상호작용이 있어야 하는데 여당의 이번 입법활동은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며 “한국 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한 만큼 북한이 한국의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민복 단장은 “한국 정부가 북한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입법을 통해 다시 드러났다”며 “이번 입법 조치는 한국이 북한과 협상할 때 제시할 수 있는 유리한 수단을 버린 것과도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변은 지난해 11월 북송된 탈북민 2명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가 한국 서울행정법원에 의해 기각되자 즉각 항소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26일 한변이 한국 정부에 북송된 탈북민과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라는 청구를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에 속해 비공개 대상이며 부분공개도 불가능하다”며 기각한 바 있습니다.

한변은 “지난해 탈북 청년들은 서면으로 귀순의사를 밝혔는데도 한국 정부가 이들을 인권 지옥인 북한으로 송환했다”며 “이는 한국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반하는 반인도적 행위로 한국 정부는 최소한 탈북 청년들의 귀순의향서와 진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