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권의 날]“북 억류 한국인 송환, 한국정부 의지·국제기구 활용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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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유엔이 정한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은 가운데 한국 내에서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의 송환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에 의해 억류된 한국 국민이 6명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요. 10년 가까이 이들의 송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 가운데 최장기 억류자인 김정욱 선교사의 가족은 여전히 김 선교사가 집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과 한국인 납북자 문제 해결 방안으로 남북회담, 국제기구를 활용한 대북압박 등을 제안하는데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국민들을 송환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은 모두 6명. 이 가운데 최장기 억류자는 김정욱 선교사입니다. 지난 2013년 10월부터 현재까지 한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만난 김정욱 선교사의 형인 김정삼 씨는 여전히 생사를 알 수 없는 동생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김 선교사의 두 아들도 김 선교사가 억류된 8년여 동안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사회 생활을 하며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 선교사의 가족들은 매년 명절과 성탄절 때마다 김 선교사에 대한 그리움이 더 짙어진다고 합니다.

김정삼 씨:특히 크리스마스에 생각이 많이 납니다. 올해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잖아요. 좋은 소식만이라도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이 진전돼서 송환이 되면 좋겠죠. 우선 1차적으로 생사확인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김정욱 선교사가 억류된 지 8년째지만 그의 가족들은 지난 2014년 김 선교사가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는 북한 매체의 보도 이후 아무런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삼 씨는 김 선교사가 억류된 이후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북한에 억류돼 있는 자국민을 송환시킨 바 있는데 한국 정부는 왜 국민을 구출하지 못하고 있냐는 겁니다.

미국의 경우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2018년 5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1년여 간 북한에 억류돼 있던 한국계 미국인 김학송, 김상덕, 김동철 씨를 구출해 온 바 있습니다. 캐나다도 지난 2015년 1월 억류된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씨를 북한과의 협상을 통해 약 2년반만에 가족 품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김정삼 씨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됐을 때 동생이 돌아올 것이란 희망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론 아무런 소식이 없어 안타깝다”며 “현재 바라는 것은 가족들의 메시지가 통일부를 거쳐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달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한국 정부가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일정부분 인정하면서도 정부 고위 인사들이 관련 사안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2013년 사건이 발생한 이후 박근혜 정부 당시부터 현재까지 대통령 차원의 직접적인 위로, 관련 사안에 대한 설명 등을 들은 바가 없다는 겁니다.

김정삼 씨:가족들은 생사확인만 반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석방됐듯이 한국인들도 석방되길 기대하는, 희망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언론들도 이런 부분을 다뤄서 진전되는 부분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이어 김 씨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가 들어서고 코로나19, 즉 신형 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를 계기로 남북 간 접촉면이 넓어지면 송환 문제가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남북 회담 등 계기 시 한국 억류자의 송환을 북한에 촉구해 왔고 국제기구 협조를 통한 억류자들의 생사확인, 영사보호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왔다는 입장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 국민이 6명이라는 점을 확인하면서도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를 제외한 3명의 인적사항에 대해서는 신변안전 문제 등을 고려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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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북한에 억류 중인 선교사 김정욱 씨. (연합)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억류자에 대한 신병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현재 이들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지난 2018년 1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억류자 문제를 논의했고 이와 관련된 북한의 답변을 지난 2018년 6월 1일 열린 남북 고위급회담을 통해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북한은 “관계기관에서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놨다는 것이 한국 통일부의 설명입니다.

앞서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자리에서 “(억류된 국민들의) 생사확인과 소재지를 파악하는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전체적으로 남북 간 소통 창구들이 막혀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인영 장관은 "기회가 되는데로 문제를 풀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진보적으로 규정된 통일부 장관의 입장에서 그런 문제를 풀어낼 때 개인적으론 새로운 기회와 경험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결코 그 의지를 뒤로 놓거나 (해당 사안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내 억류자,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차원에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야당은 ‘1950년 9월 28일 서울 수복 70주년에 즈음한 한국군포로 및 납북억류자의 즉각 송환 촉구 결의안’과 ‘북한에 억류 중인 대한민국 국민 6인에 대한 송환 촉구 결의안’, 등을 각각 지난 9월과 11월에 발의해 놓은 상황입니다.

‘북한에 억류 중인 대한민국 국민 6인에 대한 송환촉구 결의안’은 한국 국민 6명의 송환을 위해 한국 정부가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결의안에는 억류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책임이 전적으로 북한 정권에 있다는 점이 강조돼 있습니다. 또한 한국 정부가 북한 억류자 송환을 위한 특별대책을 수립하고 억류자들의 생사여부 확인과 송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과 구체적인 방안을 협상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1950년 9월 28일 서울 수복 70주년에 즈음한 한국 국군포로 및 납북억류자의 즉각 송환 촉구 결의안’은 북한 당국에 한국전쟁 이후의 납북자, 억류자들의 송환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에 남북 교섭, 유엔 등 국제 외교무대를 활용해 억류·납북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결의안들은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일위원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한국 내 여러 정치적인 사안들이 얽혀 있는 현재 상황 속에서 해당 결의안들이 언제 통과될지 모른다는 게 한국 내 정치권의 중론입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억류자,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북한과의 소통 창구를 제한적으로나마 유지하고 있어 이를 억류자 문제 해결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의 국민이 북한에 장기간 억류돼 있다는 사실은 큰 문제”라며 “자국민의 보호는 남북관계보다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트(NKDB) 소장:남북협의를 활용하면 되지 않습니까. 미국이나 캐나다는 북한과의 교섭을 통해 송환했잖습니까.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 다양한 접촉을 해왔습니다. 남북 적십자사 간의 통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정부는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통로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북한과의 교섭 자체가 안돼서 이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의) 의지의 문제죠. 소통 통로의 문제는 아닐 겁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한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가 방북해 교섭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경우 북한과 외교관계가 성립돼 있지 않지만 석방 교섭에서 성공한 바 있어 이를 거론하며 북한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는 한국 정부가 남북관계 등 정치적인 사안에 매몰돼 억류자, 납북자 등 인권 문제를 중요 사안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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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철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가 한국 외교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RFA PHOTO/목용재)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가족회 대표:잘못된 정책에 의해 순서가 엇갈리다 보니 혼란스러워지고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거죠.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말이죠. 한국 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통해 발전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억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제사회를 통한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유엔 기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해 억류자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소재지도 파악하면서 송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겁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북한이 세계인권선언과 국제인권법 등을 위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 WGAD)과 같은 국제기구들을 최대한 활용해 억류자들을 송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 분석관은 “억류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외교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 긴요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억류자 가족들이 유엔의 정식 절차를 밟아 진정서 등을 제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의사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국제법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외국인을 억류하려면 공정한 재판을 통해 집행해야 합니다.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같은 기본적인 국제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죠. 북한 당국은 그들을 억류한 상태로 가족들의 면회, 연락도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도 국제인권법 위반에 해당합니다.

한국 내 일각에서는 ‘납북피해자보상 및 지원심의위원회’를 통해 억류자들의 구체적인 억류 경위와 같은 관련 정보들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옵니다.

억류자들을 납북자로 인정할지 여부를 심의하는 과정을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한 한국 사회의 여론을 환기할 수 있고 한국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억류자들의 정보를 가족들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지난 2018년 제정된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 체결 이후 납북피해자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2조에 따르면 납북자는 한국전쟁 정전 이후 자신의 의사에 반해 북한에서 거주하게 된 한국 국민을 의미합니다. 심의위는 해당 법률 6조에 따라 한국 정부의 보호와 지원, 보상을 받는 납북자를 선정하는 회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납북피해자보상 및 지원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을 겸하고 있는 최성룡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납북된 지 3년 이상이 된 경우 그 가족들이 한국 정부에 납북자로 인정해달라는 요청을 할 수 있다”며 “납북자로 인정받으면 정부가 이들을 법적으로 책임진다는 상징성도 생기고 향후 이산가족 상봉 대상으로 신청할 여지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성룡 전후납북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납치 3년이 지나야 가능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납북자가 어떻게 북한으로 끌려갔는지 등을 심의합니다. 심사위원들이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하고 관련 서류를 받는데 그렇게 되면 한국 정부가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 억류자,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한국 국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해당 사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북한에 억류돼 있는 김정욱 선교사의 형인 김정삼 씨는 “한국 국민과 언론 등이 억류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 한국 정부도 이 같은 여론을 바탕으로 북한에 문제 해결을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고 있다”며 “그래도 억류자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국민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