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에 바란다①] 이산가족들 “상봉보다 생사확인과 서신교환이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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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내 전문가들과 북한 관련 주요 단체들로부터 성공적인 회담 개최를 위한 제언을 들어보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번째 순서로 서울의 노재완 기자가 남북 이산가족들의 바람을 전해드립니다.

한국 청와대는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뒤 적십자회담이 열린다면 이르면 6월, 늦어도 9월 추석께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산하 이산가족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지난 1988년 등록 당시 13만 명이 넘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7만여 명이 세상을 떠났고 현재는 5만 8천여 명만이 생존해 있습니다.

작년에도 상봉 신청자 가운데 3천700여 명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산가족 생존자의 연령대는 80세 이상 비율이 64%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합니다.

평북 용천 출신으로 올해 88세인 장근철 씨는 20대의 꿈 많던 청년이 어느덧 90세를 바라보는 노인이 됐다며 지나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하다고 말했습니다.

장근철: 누님이 살아계시면 95살이 될 겁니다. 소식은 못 들었지만 아마 돌아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한국의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고령 이산가족들을 위한 대규모 상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모두 스무 번 진행됐습니다. 이를 통해 남북 양측에서 2만 4천여 명이 이별의 한을 풀었습니다.

보고서는 생존자 전원의 상봉을 위해선 앞으로 약 90차례 상봉 행사를 열어야 한다고 추산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은 상봉 후에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건강과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지금과 같은 상봉 행사는 면회에 불과한 겁니다. 근본적인 해결은 안 된다는 거지요. 시간상으로 보면 오히려 해결을 늦추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주장하는 것이 바로 남북 이산가족들의 전면적인 생사 확인입니다. 명단만 주고받으면 생사 확인은 금방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독일실향민협의회(Bvd)의 초청으로 베를린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지환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회장은 독일 통일의 사례를 들면서 고향 방문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김 회장은 독일 방문에서 앙겔라 메르겔 총리와 만나 남북 분단의 현실과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김지환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회장: 이산가족 문제는 우리 실향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입니다. 요즘 평균 연령이 늘었다고 하지만 북에 있는 가족이 과연 얼마나 생존해 있을까요. 빨리 이 문제가 해결돼서 우리 실향민들이 고향 선영에 가서 제사라도 올릴 수 있는 조건이라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지난 2015년 10월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CNN 방송은 22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한국전쟁으로 인해 발생한 이산가족들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보도했습니다.

CNN은 헤어진 가족을 만날 날만 기다려왔던 이산가족들이 80, 90대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이들에게 남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전했습니다.

심구섭 남북이산가족협회 회장은 이산가족의 전면적인 생사확인과 서신교환, 화상상봉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민간차원의 이산가족 교류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