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성호 전 대사 “미,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북 인권 문제 제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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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역사적인 첫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내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가 핵심 의제로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 인권대사를 지낸 제성호 중앙대 교수는 북한의 핵과 인권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로 이번 회담에서 핵 문제와 함께 반드시 북한 인권 문제가 제기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 전 대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 정치범수용소와 일본인 납북자 문제 등이 회담에서 거론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의 노재완 기자가 제성호 전 대사를 직접 만났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제성호: 네,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기자: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이 석방됐습니다. 북한이 미국인 3명을 석방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성호: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후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면서 지속적으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해왔습니다. 먼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토 웜비어를 억류해 사망하게 한 북한에 대해 매우 강한 어조로 비판했습니다. 또 탈북자들을 미국으로 초청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의회 연설을 통해서도 북한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습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관심은 북한으로선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해서 북한이 이번에 유화적 제스처로 미국인 3명을 석방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인권 개선의 의지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습니까?

제성호: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선심성 조치를 취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언제나 인권 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해왔습니다. 북한은 유엔 등 국제사회가 인권 문제 개선을 요구하면 근거없는 대북압박 공세라고 주장하고 이 문제를 축소하거나 회피하려고 했습니다. 미북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의제로 다뤄지지 않게 하려고 북한은 이번에 미국인 3명을 석방했을 것으로 봅니다.

기자: 대사님께서는 북한 인권 문제가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채택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제성호: 북한 인권 문제가 미북 정상회담에서 정식 의제로 채택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의 주된 의제는 역시 북핵 문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북한은 인권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내정 간섭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북한은 이번에도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적대시 정책, 체제보장, 평화체제 구축 등만을 논의하자고 할 겁니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려고 할 겁니다.

기자: 미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을 반드시 제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성호: 북핵 문제와 북한 인권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북한은 체제유지 차원에서 핵을 개발하고 핵능력을 고도화했습니다. 또 체제유지 차원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했습니다. 둘 다 수령유일체제를 지켜내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었습니다. 북한은 핵개발을 위해 수많은 자원과 재원을 동원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을 탄압하고 노동력을 착취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핵문제와 인권 문제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엔도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북한 인권과 안보를 같은 선상에 놓고 종합적으로 검토했던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핵문제와 함께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기자: 미국의 뜻대로 북한 인권 문제가 회담 의제로 채택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서 어떤 것들을 제기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제성호: 북한 인권 문제가 회담 의제로 채택된다면 정치범수용소와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먼저 논의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이 회담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면 회담을 상당히 어렵게 몰고 갈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정치범수용소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칙적으로 거론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지난번 미일 정상회담 때 일본은 미국에 납북자 문제를 미북 정상회담의 의제로 다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압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일 공조 차원에서도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와 함께 해외 북한 노동자 문제도 제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외 북한 노동자 문제는 이를 입증할 만한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습니다. 탈북자 문제는 매우 민감하지만 북한 주민의 해외 이동권 차원에서 거론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북한이 유엔의 인권 결정에 협력할 것을 권고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잘 들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성호 전 한국 외교부 인권대사었습니다.

제성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