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사건 배상금 받을 길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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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법원이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북한 당국에 약 5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내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기금으로 배상금의 일부가 웜비어 가족 측에 지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김소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은 지난 24일 북한 측의 고문으로 지난해 당시 21세 대학생이었던 오토 웜비어가 사망했다며 북한 정부는 웜비어 유가족에 5억113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당국에 사실상 배상금 지급을 강제할 방법이 없어 웜비어 유가족들이 배상금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북한 전문가인 이성윤 미국 터프츠대 교수는 미국 법무부가 관할하는 '미국 테러지원국 피해 기금'(U.S. Victims of State Sponsored Terrorism Fund)을 통해 윔비어 유가족에게 배상금의 일부가 지급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금은 미국이 이란 제재법 등을 위반한 기업이나 은행 등에 청구한 벌금을 모아둔 것으로 현재 10억 달러 이상이 쌓여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웜비어 가족이 피해 보상금을 신청하면 자격심사 절차 등을 통해 판결문에 명시된 전체 배상금의 일부를 지급 받을 수 있다는 게 이성윤 교수의 말입니다.

이성윤 교수: 미국 내에 '미국 테러지원국 피해 기금'이란 게 있습니다. 이 기금을 통해 웜비어 가족이 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피해 기금에서 웜비어 가족이 배상금 전부를 받을수는 없지만 웜비어 가족이 전혀 금전적 손해 배상금을 못받는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실제 웜비어 가족들은 이 기금을 통한 배상금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성윤 교수는1968년 북한에 납치됐던 미국의 푸에블로호 승조원의 가족이 낸 소송에 대한 2008년 판결에 따라 원고 4명이 이 기금으로부터 각각 200만 달러씩 받은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북한이 이번 판결문에 대한 배상금 지급 뿐 아니라 어떠한 공식 반응도 내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판결이 상징적인 조치로 끝날 것이란 해석은 잘못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직접 배상금을 내놓지 않더라도 이번 판결을 기폭제로 북한 정권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성윤 교수: 이런 추세로 보면 앞으로도 계속 북한 당국을 고소하는 사례가 더 많이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번 웜비어 판례가 어느정도 징벌적 손해 배상금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북한 입장에서도 당분간은 지금 배상금을 지불할 필요성을 못느낀다 하더라도 이런 추세로 볼 때 어느정도 심리적 부담을 가질 것으로 봅니다.

이성윤 교수는 또한 미국 정부가 북한으로부터 직접 배상금을 받아내진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해외 자금을 동결해 배상금으로 사용하는 방식도 고려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 대학생이었던 오토 웜비어는 2016년 1월 관광을 위해 찾은 북한에서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후 그는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가 2017년 6월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돼, 미국에 귀환한 지 엿새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이에 대해 웜비어 부모는 지난 10월 북한 정부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 배상금과 위자료 등 명목으로 11억 달러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