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UNSC ‘북 인권’ 회의 거부로 ‘인권보호국’ 평판만 실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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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당초 10일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던 북한 인권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가 미국의 결정으로 무산된 것에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인권보호국'이라는 미국의 평판만 실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렇게 성의를 보인다해도 북한이 핵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국제정치학자로 미국 국방부 국제안보 차관보를 역임한 조셉 나이(Joseph Nye) 전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의 유엔 안보리 북한인권회의 거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이 설정한 연말시한 내에 북한과 협상할(bargaining) 기회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이 전 교수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렇게 하면서 미국의 연성권력(soft power)과 평판(reputation)이 희생되는 대가를 지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나이 전 교수가 처음 사용한 후 잘 알려진 '연성권력'은 군사적 위협이나 경제적 압박과 같은 경성권력(hard power)을 통하지 않고 교육, 예술, 외교 등을 통해 상대방의 동의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힘을 말합니다. 특히, 민주주의, 인권 등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상대방의 순응적 태도를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협상 유지를 위해 안보리 북한인권 회의를 거부했고 이를 통해 '인권보호국 미국'의 평판이 실추되면서 미국의 연성권력이 약해졌다는 것이 나이 전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민주주의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이 안보리 북한인권 회의를 지지하지 않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의를 갖고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것이라고 믿는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맥스웰 선임연구원: (미국의 유엔안보리 북한인권회의 거부는) 인권을 우선시하는 우리의 원칙과 타협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모든 사람의 인권보호를 주창해왔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협상장에 나와 선의로 협상하고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잘못된(misguided) 생각으로 우리의 이 원칙을 절대 희생해서는 안됩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도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행정부, 정확히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인권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북한이 설정한 연말시한 내에 북한과 생산적으로 관여할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믿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북한인권 회의 무산은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갈만큼의 충분한 조건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이를 통해 미국의 약함과 절박함만 보여줬다는 게 아인혼 전 특별보좌관의 설명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의 안보리 북한인권 회의 거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장거리 방사포 발사를 무시해온 것과 함께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라는 허구(fiction)와 북한이 이미 종료를 선언한 비핵화 과정에 대한 착각(illusion)을 갖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패트릭 크로닌 선임연구원도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의 유엔 안보리 북한인권 회의 거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추가 협상 재개에 실날 같은 희망(a sliver of hope)을 두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김 위원장이 의미있는 북핵 외교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