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북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북한 핵개발의 근간이 되는 주민의 인권 유린 문제가 미북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11일 북한 주민과 해외 파견 노동자의 강제 노역으로 조성된 자금이 북한 핵 프로그램 개발에 사용되고 있다며 핵과 인권 문제의 밀접한 연관성을 지적했습니다.
이 단체의 존 시프턴(John Sifton) 아시아국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완전히 폐쇄된 전체국가로 남아 있는 한,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밝혀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미국은 2016년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대북제재와 정책강화법(North Korea Sanctions and Policy Enhancement Act of 2016)'에 서명하면서 북한의 핵 확산뿐 아니라 인권 유린을 자행한 인물과 단체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시프턴 국장은 따라서, 북한이 중요 분야의 인권 개혁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트럼프 행정부도 대북 제재를 보다 폭넓게 완화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 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이날 미국의 한 매체에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은 이미 유대인의 자유 문제를 구 소련의 핵폐기 의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litmus test), 다시 말해 척도로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구 소련에서 한 발의 총도 쏘지 않고 공산주의가 해체되고 인권을 찾을 수 있었던 것처럼,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핵과 인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미국도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북한 핵실험장의 폭파에 그치지 않고 정치범 수용소의 폐쇄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정광일 노체인 대표는 1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사소한 잘못에도 고문과 처형 등 온갖 인권 유린의 온상인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대표: 종교적 이유나 말을 잘못했다고 해서 혹은 탈북해 한국에 가려고 했다고 해서 지금 현재 정치범으로 수감돼 있습니다.
정 대표는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함께 최근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10명의 사진과 그들 가족들의 진술을 담은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 등에 전달하고 미북 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 제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뉴욕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에는 이들 수감자들의 생사를 알려 달라는 청원서도 제출했습니다.
김일성대 철학부를 졸업하고 함경북도 청진의학대학에서 주체 철학을 가르치다 2004년 탈북한 현인애 박사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 압력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인권 문제가 핵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 박사: 인권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사람과 만나는 게 미국 대통령으로서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라고 비판하는 시각도 적지 않잖아요? 그러니까 이번 회담에서 핵문제도 물론 해결해야겠지만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정 대표와 현 박사를 비롯해 김정일의 부인 성혜림의 친구라는 이유로 1970년대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9년 간 수감되었던 김영순 씨 등 8명의 탈북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증언을 들었습니다.
캐나다의 인권단체 한보이스 고문인 잭 김 변호사는 1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 개혁을 통해 한국이나 미국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려면 투명한 법체계와 더불어 주민의 인권이 국제법에 맞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변호사: 북한의 개혁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서는 (미북 정상회담에서) 인권문제도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코드핑크(CODEPINK)·피스액션(Peace Action) 등 십 여 개 민간단체들은 미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11일과 12일 양 일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서 외교를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 노력을 기념하는 철야 시위를 벌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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