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반디'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북한 반체제 작가의 시집 '붉은 세월'의 첫 영문 번역판이 영국에서 출간될 예정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런던의 제드 출판사(Zed Books)의 릭 우비(Rik Ubhi) 홍보국장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서 2013년 밀반출된 북한 반체제 작가 반디의 시집 ‘붉은 세월(The Red Years)’의 영문판을 출간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비 홍보국장 : 시집에 수록된 50여 편의 시들은 북한 전체주의 사회의 주민들이 고난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빼어난 작품입니다. 저희 출판사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는 전 세계 소외된 사회의 목소리(marginalized communities and voices across the world)를 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비밀스럽고 숨겨진 나라 북한 체제의 단면을 보여주는 '붉은 세월' 영문판을 오는 15일 출간하게 됐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단체 ‘피랍탈북인권연대’는 지난 2013년 북한에 거주하는 반체제 작가의 소설과 시집의 친필 원고를 밀반출해, 이듬해 어둠을 밝히는 반딧불을 의미하는 ‘반디’라는 필명으로 소설집 ‘고발’을 출간했습니다. 반디 작가의 첫 소설집인 ‘고발’은 현재까지 영국·프랑스·독일·미국·일본 등 30여개 언어로 번역돼 북한 김일성·김정일 압제 정권의 잔혹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습니다.
‘피랍탈북인권연대’의 도희윤 대표는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반디’는 고발성은 물론 작품성도 뛰어난 북한 조선작가동맹 출신 작가로 독재 정권 하에서 처참하게 억압 받는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 꿈을 위해 국제사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도희윤 대표 : 영어로 출판되고 나면 다양한 각 나라 언어로 출판이 될 텐데 참담한 인권유린의 실상들을 적나라하게 폭로함으로써 북한의 인권문제가 국제사회에 더 크게 대두되고, 함께 고민해야 되는 문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도 대표는 젊은 정치범수용소 사형수를 시로 묘사한 ‘푸른 락엽(낙엽)’, 북한의 주요 물류기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고난의 행군 당시 집단 아사자가 속출했던 한 기차역을 ‘공산주의 종착역’이라며 신랄하게 고발한 시 ‘신성천역’, 또한 북한 주민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은 ‘꿈’ 등이 이번 시집에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 대표는 이어 반디 작가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해 필체 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경부터 반디 작가와 연락이 끊겼다며, 그의 신변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나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