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 ‘핵합의 파기’ 가능성 철저히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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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이 일방적으로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를 결정하고 대남 대화에 나서기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북한 측의 일방적 합의 파기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정현(Jung Pak) 한국 석좌는 북한이 지난해부터 미국·한국 등과 정상회담을 하면서도 한국과 맺은 여러 합의를 파기하는 등 비핵화에 진지하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정현 석좌 : 북한이 거의 100퍼센트 과거 합의를 파기해 온 전력 때문에 북한과 핵 협상에 나서는 데 대한 비난이 상당히 많습니다. 미국과의 합의는 차치하고라도, 지난 1년 반 동안 특히 한국과의 여러 합의에 대해 비타협적이고, 또 고집스럽게 한국과의 여러 합의를 파기해 왔습니다.

박 석좌는 지난 29일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미국의 동맹국과의 관계를 조명한 ‘기로에 선 동맹들(Alliances at Crossroads)’이란 토론회 직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지적했습니다.

박 석좌는 그러면서 베트남 즉 윁남에서 합의 없이 끝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보인 태도에서 알수 있듯이 대북 제재가 북핵 협상에서 미국의 지렛대이기 때문에 섣불리 제재를 해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 한국 아산정책연구원의 최강 원장대행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의 이해하기 힘든 행태를 고려할 때 미국은 북한과 핵 합의가 계속 이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강 원장대행 : 사실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예를 들면, 합의가 파기되면 제재라든가 배상이라든가 처벌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해야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감에 있어서도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북한이 미국과 합의를 했다 할지라도 합의 내용에는 예를 들어 스냅백 조항이 있어야 된다, 그래서 제재가 다시 도입될 수 있는 그러한 장치(에 대한) 합의 사항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된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최강 원장대행은 북한이 제네바 핵합의와 9·19공동성명 등 미국과 앞서 맺은 합의를 파기한 사례에 이어 금강산 철거 지시 등을 예로 들며 이 같이 지적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아산정책연구원의 신범철 박사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비핵화보다는 핵 보유를 위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고 있다면서 미국은 북한과 ‘잘못된 합의’보다는 ‘노딜’ 즉 ‘합의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신범철 박사 : 북한을 너무 신뢰하지 못한다면 어떤 합의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기본적인 협상의 원칙, 즉 'trust but verify(신뢰하되 검증하라)'그것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북한과의 합의에 있어서 비핵화의 개념이라든가 전체 로드맵 이런 부분을 확실히 짚고 넘어간 다음에 단계적 비핵화를 가야 된다. 그러지 않고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만 수용해서 제재를 완화해 주면 그것은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북한의 핵 보유 협상의 길을 터주는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가 유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신 박사는 ‘신뢰하되 검증하라’는 협상 원칙에 따라 북한이 합의를 위반할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비핵화 개념에 대한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이러한 절차를 무시하고 북한과 핵 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 브뤼셀 자유대학 유럽학연구소의 라몬 파체코 파르도 한국석좌는 한국과 미국이 북핵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면 협상이 중단될 경우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협상을 결렬시킨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제재 해제를 통해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외교적 대화에 나서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대화를 지속하길 원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