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재일교포 북송 60년을 맞는 다음달 14일부터 이틀 간 일본 도쿄에서 북한 인권영화제가 개최됩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일본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 북조선귀국자의 생명과 인권을 지키는 모임, 북조선난민구원기금, 노펜스 등 인권단체들이 공동으로 일본에서 첫 북한인권 영화제를 개최합니다.
특정실종자문제조사회의 아라키 가즈히로 대표는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귀국사업이라고 부르는 재일교포 북송 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고발하는 영화제라고 소개했습니다.
아라키 대표 : 이번 12월 14일은 일본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거든요. 1959년 12월 14일, 재일 조선인을 북한에 보내는 귀환사업의 제1선이 일본을 떠난 게 그 날입니다. 60주년에 우리가 다시 한 번 (그 날을) 상기하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차별과 가난에 시달리던 재일교포 970여 명은 일본 니가타항에서 구 소련 군함을 개조한 수송선을 타고 북한으로 향했습니다.
북한이 무상교육과 무상의료제도 등을 갖춘 ‘지상낙원’이라며, 차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고국으로 돌아오라는 김일성 주석의 감언이설에 속았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보다 더 극심한 가난과 감시, 차별을 당하게 된 이들 북송 재일교포들이 실망감에 일본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북한 당국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들의 귀국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1984년까지 이어진 북송 사업을 통해 북한에 들어간 재일교포의 수는 9만 3천 여명에 달하고, 이들 중에는 7천 여명의 일본인 아내들이 포함돼 있습니다.
아라키 대표는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가족이 북한에 갔을 경우 일본에 남은 가족들은 북한 당국의 볼모가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라키 대표 : 일본에 남은 가족들은 북한에 가 있는 가족들이 인질이 되어서 돈을 달라는 요구를 받거나, 공작활동에 협력하라고 강요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일본인) 납치에도 그런 사람들이 움직였다는 그런 증거도 있고…
이번 영화제는 다음달 10일부터 16일까지 계속되는 일본 북한인권주간 행사 중 하나로 ‘북조선귀환사업 60주년, 북조선에 자유를!’이라는 주제로 열립니다.
첫 날에는 196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큐폴라가 있는 거리’ 등 북송사업의 실태를 엿볼 수 있는 영화 세 편이 상영됩니다.
이어 이튿날에는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 ‘납치’ 그리고 2000년대 중반 북한 주민에 의해 비밀리에 촬영된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기록영화 ‘북조선 민낯의 사람들’ 등 한국과 일본의 영화 다섯 편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특히 ‘북조선 민낯의 사람들’은 2000년대 초 북한 장마당과 꽃제비, 공개처형을 목격하도록 강요당한 북한 주민의 실제 모습 등이 담겨 있는 기록영화입니다.
한편, 일본의 북한인권단체 ‘모두모이자’의 가와사키 에이코 대표도 첫 북송선이 출발한 니가타에서 다음달 13일과 14일 이틀 간 북송사업 60주년 관련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17살에 북송선을 탄 후 40여 년을 북한에서 살다 탈출한 가와사키 대표는 2000년대 초 일본에 정착한 후 줄곧 북한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발표한 북한인권 실태에 관한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의 조직적인 납치와 송환 거부로 강제 실종된 외국인 수가 어린이를 포함해 20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