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미북 정상회담 결렬 후 기자회견에서 오토 웜비어 사망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와 인권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로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엠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의 프란치스코 벤코스메(Francisco Bencosme) 아시아태평양 담당관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오토 웜비어 사망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사회의 인권에 대한 모욕(slap on the face)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벤코스메 담당관 :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의심하거나 미국 정보당국과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그대로 인정했다는 사실은 인권 측면에서 매우 우려됩니다.
그는 이어 웜비어 사망에 대한 북한 측의 주장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북한처럼 모든 것이 감시대상인 국가에서 미국인 인질과 같이 고도로 민감한 사안을 김정은 위원장이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중부 텍사스에 위치한 부시센터(Bush Center)의 린지 로이드(Lindsay Lloyd) 인권 담당 국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트럼프 대통령의 웜비어 사망 관련 발언이 매우 놀라웠다면서, 웜비어 사건은 북한에서도 잘 알려졌고 북한의 정치 체제상 김정은 위원장도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로이드 국장 : 오토 웜비어 씨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기 힘들지만,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모르는 상태에서 미국인이 수감돼 학대와 고문을 받았다는 사실을 믿기 어렵습니다. 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놀랍고 실망스럽습니다.
그는 또 북한 정권이 자국민의 복지를 도외시하고 노예노동과 선군정치 등을 통해 군부에 강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이번 회담에서 인권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점은 사실 그리 놀라운 소식은 아니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권을 의제로 포함시키는 것이 도덕적, 실용적, 정치적 측면에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즉, 미국이 북한도 받아들여야 하는 (인권과 같은) 특정 가치와 기준을 상징하기에 도덕적이며, 인권유린에 대한 대북제재는 이에 대한 진전이 있어야만 의회의 제재해제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실용적이라는 설명입니다.
또한, 그는 정치적 관점에서 미국 의회가 초당적으로 북한 정권에 인권 문제에 대한 진전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만큼 인권문제를 협상 초반부터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허드슨 연구소(Hudson Institute)의 니나 쉬어(Nina Shea) 종교자유센터 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미북 회담에서도 북한의 종교탄압 등 인권문제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었다고 우려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웜비어 사망 관련 발언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위해 김정은 정권의 인권탄압을 용서(exonerating and excusing)한다는 측면에서 수위가 너무 높았고, 북한 관료들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김정은 위원장이 웜비어 상황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과거 소련과 체결한 헬싱키협약이 방위, 무역, 인권 등 3가지 사항을 포함한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인권 문제는 미국 외교정책의 필수적인 부분이자 전략적 우선순위로 대북협상에서도 비핵화와 인권문제를 같이 논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편,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8일 2차 미북 정상회담 합의가 결렬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그 일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고 이야기했다”면서 “나는 그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