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의료진, 중동∙아프리카 돌며 의료활동...유엔, ‘제재위반’ 조사

0:00 / 0:00

앵커 :올 초 리비아에 파견된 북한 의료진이 리비아에 입국하기 전 세네갈 등지에서 의료활동을 벌여왔던 것으로 자유아시아방송(RFA)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대북 제재 위반일 가능성을 두고 조사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20년 3월 세네갈 보건단체 메디솔의 로즈 와르디니 박사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에는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북한사람으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이 남성은 지난 1월 리비아 지역 언론(عاجل الكفرة)이 북한 의료진들이 리비아 남동부 쿠프라시의 의과대학 병원 ‘순교자 아티아 알 카세 교육병원’(the Martyr Attia Al-Kadeh Teaching Hospital)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을 당시에도 포착된 인물입니다.

이처럼 현재 리비아에서 의료활동을 벌이고 있는 북한 의료진이 수년 전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활발한 의료활동을 벌였던 것으로 자유아시아방송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순교자 아티아 알 카세 교육병원과 세네갈 보건단체 메디솔의 로즈 와르디니 박사 페이스북에서 찾은 사진을 비교해본 결과 이들 대부분은 동일인물인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W1-E.gif
해당 북한 여성은 2019년 11월 19일 세네갈에서 진료를 보고 있는 사진이 올라왔고, 올해 1월 10일 리비아에서 리비아 의료진과 대화를 나누는 사진이 게시됐다. /그래픽 김태이, 사진 출처 페이스북

먼저 와르디니 박사의 페이스북에 따르면 2019년 10월 16일부터 북한 의료진으로 보이는 이들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한 활동 사진이 공개된 후 2020년 3월 1일을 마지막으로 이들의 사진이 사라졌습니다.

한동안 행적이 묘했던 이들은 지난 1월 리비아 순교자 아티아 알 카세 교육병원에 파견됐을 당시 현지 언론과 병원 사회관계망 서비스 사진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같은 곳에서 병원에서 환자를 받고, 행정 업무를 하고 심지어는 리비아 의사들과 함께 수술을 집도하는 모습이 상세히 공개됐습니다.

세네갈 현지 소식통은 최근 (지난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전에는 어디에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리비아에 있는 북한 의료진들은 그간 세네갈에 있다 지난해 시에라리온에 들른 뒤 리비아로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엔 안보리가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22일까지 북한으로 돌려보내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과 현지소식통의 말을 종합하면 이 이후에도 북한 의료진들은 계속해서 아프리카에서 의료활동을 했고, 외화벌이에 나섰을 가능성까지 제기됩니다.

M1.gif
이 북한 남성은 2019년 10월 18일 세네갈 사진에 게시됐고, 올해 2월 25일 리비아 병원에서 진료하는 모습이 올라왔다. /그래픽 김태이, 사진 출처 페이스북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에릭 펜턴-보크(Eric Penton-voak) 조정관은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우리는 북한 노동자들이 아프리카에서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옮겨 다니며 기술을 팔아 북한 정권을 위한 돈을 벌고 있다고 계속 믿고 있다”라며 “이는 명백한 제재 위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We continue to believe [rightly, it seems] that these workers shuffle from one country to another in Africa, earning money for the DPRK regime by selling their skills. Of course, this is a clear breach of sanctions on DPRK overseas workers.)

그러면서 “대북제재위원회는 리비아에서 북한 의료진들의 존재를 계속해서 조사하고 있다”라며 “(북한 의료진이 아프리카에서도 일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덧붙였습니다.

평양 옥류아동병원에서 의료봉사를 했던 데이비드 홍(David Hong) 소아신경외과 전문의는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북한과 리비아의 의료) 협력이 가능하려면 금전적인 이익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또 북한 의료진이 환자들을 돌보고 현지 의료진들에 훈련을 도우면서 그들의 경험과 의료 지식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I assume there must be a financial benefit for this to be occurring. They may also benefit from the medical experience from working in a different subset of patients. External experience may help diversify the knowledge base.)

한편, 리비아 순교자 아티아 알 카세 교육병원과 세네갈 보건단체 메디솔은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 의료진의 의료활동이 대북제재에 위반되지 않느냐는 질의에 13일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기자 박재우,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