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한 지역 보위부에서 한국과 전화통화한 혐의로 구속된 일가족 4명을 풀어주는 대가로 거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돈을 받은 보위부가 가족 중 3명을 풀어주고 한 명은 여전히 구속하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이명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1일 "00시 보위부에서 지난달 26일 한국에 있는 가족과 전화 연계를 하다 현장에서 체포된 탈북민 가족( 1 월27일 RFA 보도)을 풀어주는 대가로 거액의 돈을 요구하였다"면서 "이에 한국에 있는 가족이 급히 돈을 마련해 한국 돈 1000만원(7,665달러· 52,900 위안)을 보위부에 전달했지만 약속과 다르게 가족 4명중 3명만 풀어주고 한 명을 아직도 내보지 않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보위부에 돈을 주고 풀려나온 어머니와 동생은 보위부에서 취조를 받으면서 구타당한 상처(어혈)로 집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동생 같은 경우에는 너무 많이 매를 맞아 일어서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보위부 구류장에서 풀려나오지 못한 사람은 가족 중 아들인데 돈을 바치는 대가로 가족 전체를 풀어준다고 약속했지만 거액을 받고 나서도 풀어주지 않고 있다”면서 “거액을 바로 보내주는데 재미를 본 보위부가 아들을 인질로 삼고 추가로 돈을 요구할 목적으로 아직도 풀어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가족을 구출하기 위해 거액을 보낸 탈북민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중형을 면치 못하게 된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1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어렵게 만들어 보냈지만 동생 하나가 아직도 풀려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했다”면서 “동생을 아직까지 내보지 않는 것은 보위부에서 돈을 더 뜯어내려는 게 뻔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앞길이 막막하다”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습니다.
이 탈북민은 이어서 “북한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보위부가 가족을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한다는 연락을 받고 힘들게 돈을 마련하였지만 돈을 북한에 전달해주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면서 “요즘 (북한의) 내부통제 강화로 전화연계를 통한 송금이 어려워 여러 사람에게 부탁해서 중국을 거쳐 돈을 전달해주느라 브로커에게 수수료 40%를 따로 주기로 하고 어렵게 돈을 보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21일 “혜산시에서는 한국에 있는 가족으로부터 몰래 송금을 받고 있는 탈북민 가족을 담당보위원이나 안전원들이 찾아가 송금 사실을 알고 있다고 협박하며 수시로 돈을 내라고 강요하고 있다”면서 “보위부나 보안서 같은 사법기관 성원들이 탈북자가족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고 있어 해당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마땅히 대항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한국과 전화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변을 당한 가족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직접 목격한 주민들은 거액을 받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보위부에 치를 떨고 있다”면서“돈맛을 본 보위부 요원들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돌아 치면서 탈북민 가족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어 한국에 정착한 가족을 둔 탈북민 가족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1월27일 방송에서 함경북도의 한 도시에서 한국에 있는 가족과 전화 통화를 하던 탈북민 가족이 현장에서 발각되어 한 밤중에 일가족이 보위부에 끌려가는 사건이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기자 이명철, 에디터 오중석,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