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스페인 북한대사관 습격 크리스토퍼 안, 스페인으로 인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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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지난 2019년 스페인(즉,에스빠냐) 주재 자국대사관을 습격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 씨 등을 스페인에 넘기라고 미국에 요구했습니다. 안 씨가 과연 스페인에 인도될 것인지 관련 쟁점 사안을 이상민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먼저, 북한이 요구한 내용부터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기자: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은 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공보문에서 미국은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대해 공식 사죄하고 보상해야 하며 가담한 모든 범죄자들을 즉시 인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크리스토퍼 안은 북한 외교관들과 가족들에게 피해를 입힌 중범자죄자로 엄벌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안 씨의 스페인 인도와 관련해 미북 사이에 적대관계가 지속되고 평화협정이나 외교관계가 없는 특수한 상황에서 해외에 있는 적대국 관리들에 대한 공격 행위가 미국 법률상 범죄로 간주되는가에 대해 따져보아야 한다는 미국 내 주장은 억지라고 반발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크리스토퍼 안은 누구인가요?

기자:한국계 미국인인 크리스토퍼 안은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반 북한단체 '자유조선'(옛 천리마 민방위)의 일원입니다. 당시 안 씨를 포함한 자유조선 회원 9명은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직원들을 결박하고 폭행한 뒤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와 이동식 메모리 등을 탈취해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후 스페인 정부는 안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그는 2019년 4월 미국 연방수사국에 체포됐습니다. 안 씨는 해당 사건이 북한 외교관의 망명을 돕기 위한 위장 납치극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후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한 스페인은 미국 당국에 안 씨의 인도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미국 당국은 연방법원에 안 씨의 신병인도 승인을 요청했고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은 지난해 5월 스페인법에 따라 강제 침입과 불법 감금, 상해, 협박 등 4개 혐의에 대해 안 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스페인 송환을 승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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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2월 반북단체 '자유조선' 회원 크리스토퍼 안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미국 법무부


앵커: 당시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안 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스페인 인도을 승인하면서도 미 국무장관이나 상급 법원이 인도적 이유에 따라 안 씨의 범죄인 인도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당시 진 로젠블루스 판사는 안 씨가 범죄인 인도 대상인 것은 사실이나 미국 상급 법원에 인도적 이유를 근거로 안 씨의 송환을 막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자신은 인도적 이유로 신병 인도를 거부할 재량권이 없다며 "왕따 국가(북한)의 고문과 살해 위협에서 안 씨를 구하기에는 나의 힘이 약해 유감"이라고 말했습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구체적으로 안 씨의 송환에 반대하는 이유를 14페이지에 걸쳐 설명했습니다. 먼저 "미 연방수사국(FBI)은 북한이 안 씨의 처형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스페인으로 송환될 시 안 씨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북한이 과거 해외에서 살인, 납치 등 범죄를 저지르기도 했다며, 김정은 총비서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됐고 조성길 전 이탈리아 북한 대사대리의 17살 딸이 북한에 납치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페인은 미국과 달리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어 북한 학생 등의 입국과 자유로운 국내 이동을 허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안 씨가 대사관 습격 사건 당시 전과 기록이 없었으며 과거 6년 동안 미 해병대에서 근무했고, 습격 사건 역시 억압된 북한 주민들을 도우려는 이타적 동기 때문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북한이 안 씨의 즉각 인도를 발표한 배경은 뭡니까?

기자: 안 씨는 스페인 송환을 승인한 법원 판결 후인 지난해 6월 송환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미 보안국을 상대로 인신보호청원을 제기했고 이후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신보호청원은 수사기관의 구금이나 신병인도의 적절성을 판단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법원이 청원을 받아들이면 범죄인 인도 절차가 유예됩니다. 미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법원은 지난 1월 안 씨의 행위가 스페인 법이 아닌 미국 법에 따라서도 범죄로 간주될 수 있는지 여부를 30일 내에 서면으로 설명하라고 미국 검찰과 안 씨측에 명령했습니다.
페르난도 아엔렐-로차(Fernando Aenlle-Rocha) 판사는 이날 이 같은 취지의 이유개시명령(order to show cause)을 내리면서'쌍방가벌성'(Dual Criminality), 즉 스페인과 미국 모두에서 안 씨의 행위가 범죄로 간주되는 경우에만 신병인도가 가능하다며 "기소된 행위가 미국에서도 범죄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사건이 북한대사관에서 북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 경우 미북 간 특수한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와 관련해 미북 관계와 관련해 양국 간 계속되는 갈등과 외교관계 및 평화협정의 부재,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지정 등을 언급했습니다. 북한이 오늘 발표한 공보문에서 억지라고 비판한 내용이 바로 이것입니다.

앵커:미 검찰과 안 씨는 법원의 이 명령에 어떻게 응답했습니까?

기자: 안 씨 측은 안 씨의 행위가 미국 법상 범죄행위로 성립되지 않아 사실상 스페인 신병인도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 현재 미국의 적대국가임을 지적하면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적국인(enemy aliens)은 미국 법에 따라 보호받을 권리가 없다며 북한인은 미국 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외교관은 미국 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하지만, 북한 등 적대국이나 미승인 국가의 정부 관료는 공무상 미국에 방문한 경우를 제외하고 미국 법에 따른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검찰이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을 외교관에 대한 범죄가 아닌 일반 범죄로 해석하지만, 이는 분명히 북한 외교관과 관련된 사건이라며 쌍방가벌성은 이러한 전체 맥락을 중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외에도 북한대사관 직원들의 망명을 도우려던 안 씨를 스페인으로 인도하는 것은 미국의 탈북민 지원 정책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는 탈북민을 돕는 전 세계적 노력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미 검찰은 어떻게 응답했습니까?

기자: 검찰은 안 씨의 행위가 미국에서도 범법 행위이며 따라서 스페인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검찰이 내세운 법리는 안 씨의 행동이 북한이라는 변수와 관계없이 미국에서도 명백한 범죄 행위라는 해석입니다. 이를 근거로 안 씨의 '인신 보호' 청원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스페인 당국이 최초 안 씨를 기소할 때 외교공관이나 외교관에 대한 범죄가 아닌 일반 범죄를 사유로 제시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과의 외교관계 수립 여부와 상관 없이 내려진 조치인 만큼, 미국 역시 이번 사건을 외교적 관점이 아닌 일반 형사 사건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아울러 스페인 정부가 외교공관 공격을 이유로 안 씨를 기소했다 하더라도 미국 연방법은 적대국 여부를 가리지 않고 다른 나라의 외교공관 등에 대한 공격을 범죄로 규정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그동안 안 씨의 스페인 송환을 반대하는 움직임들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기자: 한국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 6명은 지난해 12월 안 씨의 스페인 송환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의원들은 "반세기 이상 지속된 혈맹인 한국과 미국은 자유와 인권이라는 높은 가치들을 공유하고 있다"며 "크리스토퍼 안이 스페인에 송환될 경우 그의 자유와 인권이 심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안 씨와 그의 소속 단체인 '자유조선'이 지난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한 것은 탈북을 원하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목적이었고, 당시 자유조선이 대사관 직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은 북한 당국이 거짓 증언을 지시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신뢰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안 씨와 같은 미국인 인권활동가에게도 북한이 보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대내적으로 체제의 견고함을 과시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며 "송환 재판은 이런 김정은 정권의 의도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안 씨가 스페인에 송환돼 북한 당국의 지시로 납치나 암살 피해자가 된다면 "그것은 북한 동포들의 자유와 행복을 원하는 모든 한국인과 전 세계인들에게 비극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터프츠대학의 이성윤 교수,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등 북한 문제 전문가 3명도 법원에 서한을 보내 안 씨가 스페인으로 송환되면 납치 및 암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송환에 반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맥스 부트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는 이 신문 기고문을 통해 안 씨는 북한인들의 망명을 돕기 위해 납치극을 가장했지만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이제 안 씨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우선 안 씨의 인신보호청원이 법원에 받아들여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청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안 씨는 스페인으로 인도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스페인 정부와 협의를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페인 정부가 안 씨에 대한 신병인도를 철회하도록 압박해볼 수 있다는 겁니다.
안 씨의 유죄를 판결한 로젠블루스 미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미국 상급 법원에서 인도적 이유를 근거로 안 씨의 송환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는데 일각에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무장관이 역사상 인도주의적 예외를 적용해 캘리포니아주 사법부의 결정을 번복한 경우가 2번 정도 있었는 데 안 씨 사건 같은 유형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다는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이상민 기자와 함께 스페인 주재 자국대사관을 습격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 씨의 스페인 인도 여부와 관련된 쟁점 사안을 살펴봤습니다.

기자 이상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