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은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암호화폐를 동남아시아에서 현금화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미국 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재무부는 북한 등 각국에 대한 금융제재를 총괄하는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테러·금융범죄 담당 차관이 6일부터 9일까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방문한다고 지난 3일 밝혔습니다.
넬슨 차관은 이번 방문 중 북한이 사이버 범죄와 가상자산을 이용해 얻고 있는 불법 수입을 단속하는 노력들을 조율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에서 테러금융과 제재를 담당했던 데이비드 애셔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동남아시아를 사이버 범죄를 비롯한 범죄 활동의 기지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넬슨 차관의 이 지역 방문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애셔 선임연구원: 넬슨 차관은 이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한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제재와 금융조치 및 법 집행력 등에 대해 논의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셔 연구원은 북한이 오랫동안 동남아시아 카지노를 이용해 돈세탁을 해 왔다면서 "북한이 암호화폐 지갑을 동남아 카지노에서 현금으로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지난 1월 보고서를 발표하고 북한의 라자루스를 포함한 해커들이 동남아 마약 밀매 조직 등과 돈세탁망과 지하 금융망을 공유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보고서는 "사건 정보와 블록체인 데이터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을 통해 메콩강에 기반을 둔 사이버 사기 조직, 마약 밀매업자, 라자루스 그룹을 비롯한 보다 정교한 사이버 위협 행위자들이 역내 자금 세탁과 지하 은행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여러 사례를 관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애셔 연구원은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중요한 금융 중심지로 자신의 경험상 예전부터 북한의 불법금융활동 단속에 적극 협조해왔다며 동남아 지역에서 북한이 탈취한 암호화폐를 현금화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협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복잡한 상황이지만 말레이시아 정부도 미국 재무부의 이 노력에 협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싱가포르 외교관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싱가포르는 돈세탁방지, 가상자산 규제 등 금융범죄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동남아 지역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단속에 대한 미국의 노력에 협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넬슨 차관은 지난 2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많은 암호화폐를 탈취하더라도 이를 세탁해서 현금화하지 못하면 자신들의 무기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구입하는데 사용할 수 없다며 북한이 탈취한 암호화폐를 현금화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려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재무부에서 테러 자금 조달, 돈 세탁, 사이버 보안 분야를 담당했던 애어리 레드보드 TRM 랩스 법률∙대관 업무 담당관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넬슨 차관은 이번 방문에서 이 지역 동반자 국가들과 협력해서 대북제재의 효율성을 강화하고 북한이 갈취한 돈을 현금화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집중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미 재무부는 북한 사이버범죄 단속과 관련한 넬슨 차관의 이번 방문 결과를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9일 오후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