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12년을 끝으로 열리지 않았던 납북자대책위원회가 11년만에 열렸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대책위를 연 2회 정기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2년 6월 회의를 끝으로 그동안 열리지 않았던 납북자대책위원회가 11년만에 재개됐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서울청사에서 납북자대책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의는 국회 일정 참석차 대책위에 불참한 문승현 통일부 차관을 대신해 강종석 통일부 인도인권실장이 주재했습니다.
강종석 실장은 모두발언에서 “수동적으로 북한의 전향적 자세만 기대하며 무력하게 시간 보내는 것은 억류된 국민과 가족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온전히 이행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지난날 국가의 기본 책무인 자국민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고 억류자 가족의 피해와 아픔을 위로하고 보호하는 조치 역시 부족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강 실장은 “앞으로는 훈령이 규정한 대로 납북자대책위를 정기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납북자대책위는 납북자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2011년 설치된 범정부부처 협의체로 국무조정실, 통일부,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관계자 등으로 구성됩니다. 대책위는 관련 훈령에 따르면 연 2회 개최돼야 하지만 2012년 6월 이후 약 11년 동안 개최되지 않았습니다.
강 실장은 북한을 향해서도 “납북ㆍ억류자, 국군포로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한국의 생사확인 요구ㆍ송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전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날 대책위가 국립 6.25 납북자기념관 홍보를 확대하고 피해자 가족에 대한 위로 차원의 지원을 이어가는 방안 등을 토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제적으로는 미 국무부 인질문제특사실을 포함한 각국 유관부처와 실무협력을 추진하는 등 국제사회에 납북ㆍ억류자 문제의 공론화를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성의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 취임 이후 납북자 문제가 적극 다뤄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취임 이후 첫 대외일정으로 지난 8월 3일 납북ㆍ억류자, 국군포로 관련 단체대표, 가족들을 면담했고 같은날 통일부는 장관 직속의 납북자 대책반을 신설한다고 밝혔습니다.
김 장관은 지난 10일 서울에서 열린 ‘전시납북 피해가족, 실효성 있는 보상 및 지원을 위한 논의’ 토론회에서 축사를 통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 천륜의 문제이자 인류 보편의 인권 문제”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이사장은 “최종 목표는 납북자 생사확인과 그분들이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족적을 아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이사장은 또 “제주 4.3사건 피해자, 5.18 피해자 등 다른 한국의 과거사 피해자들과 달리 여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책위가 피해 보상 문제를 적극 논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성의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 최종 목표는 생사 확인과 그동안 그분들이 어떻게 사셨는지 이런 것을 알고 싶은 것이죠. 저희 납북자 피해 가족들에게 일정한 그동안의 보상이라든지 생활 지원이라든지, 아니면 취업 가산점이라든지 여러 가지를 저희는 단 한 건도 못 받고 있거든요. 그게 우리가 마지막으로 해야 될 일인 것 같습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이산가족의 빠른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법정 실태조사를 내년에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이산가족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정부는 이산가족 현황 파악을 위해 5년마다 실태조사를 해야 합니다. 최근 이산가족 실태조사가 2021년에 이뤄져 당초 다음 실태조사는 2026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이를 2년 앞당기겠다는 것입니다.
통일부는 또 실태조사 주기를 현재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0월 말 통일부에 이산가족으로 등록된 인원은 13만 3천여명(누적 기준)이며 이중 4만 99명이 생존했습니다. 생존자 중 90세 이상은 29.8%, 80대는 35.9%로, 약 65.7%가 80대 이상입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9월 27일 제1회 이산가족의 날 기념식에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시급한 만큼 다른 어떤 사안들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