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이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출전을 포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공기 게양 금지 조처에 대한 반발로 보입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제19회 항저우 장애인아시안경기대회.
지난 주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과는 달리 이번에 북한 선수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기 게양 금지 조치 때문입니다.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Asian Paralympic Committee)는 “북한이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규정에 따라 대회 기간 중 어디에도 인공기를 게양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뒤, 선수단 파견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세계반도핑기구는 2021년 10월, “북한 반도핑위원회에서 운동선수들이 기량 향상을 위해 금지약물을 사용했는지 시험하는 프로그램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며 올림픽과 패럴림픽을 제외한 국제 종합 스포츠대회에서 인공기 게양을 금지했습니다.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는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선수들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것이 매우 유감이지만, 세계반도핑기구의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달 초에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주최측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는 다른 태도입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개막식부터 시작해 북한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인공기가 게양됐습니다.
당시 린다르 싱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 대행은 인공기 게양에 대한 세계반도핑기구의 경고에 대해 “북한 역시 세계반도핑기구에 자국의 입장을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다”며 “우리의 입장은 모든 사람이 참여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올림픽평의회와는 다른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한 RFA의 질의에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 공보관은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는 세계반도핑기구 규약의 가맹기구(signatory)로서 기구의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세계반도핑기구가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에 ‘신속 처리 절차(fast track procedure)’를 개시할 수 있고, 아시아패럴림픽위원회는 반도핑기구의 규약을 이행하지 않는 단체로 지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세계반도핑기구는 규약을 이행하지 않는 단체에 다양한 제재를 가할 수 있습니다.
세계반도핑기구의 국제 표준 협약 준수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세계반도핑기구는 해당 단체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자금 지원을 중단시키고, 해당기구가 주관하는 대회의 올림픽 예선 자격을 철회하고,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반도핑기구는 18일 RFA에 “북한이 시료 채취를 위한 국제 검사 기관이 북한에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정확히 언제 입국과 검사가 이뤄질 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의 광범위한 정치적 상황 때문에 모든 것들이 간단하지는 않다”며, 기구는 모든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북한의 도핑방지위원회와 함께 북한의 반도핑 시스템을 강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The broader political status of the country means things are not always straightforward. WADA will continue to work with the National Anti-Doping Organization to strengthen the anti-doping system in DPRK in order to protect all athletes.)
한편 이같은 문제로 장애인아시안경기대회를 준비하던 북한 선수들은 대회를 며칠 남기지 않은 채 출전 기회를 박탈 당한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석사 과정 중인 탈북민 이현승 씨는 RFA에 북한 당국은 국가의 위상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현승 씨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선수들 자체도 정권의 배려나 보살핌 없이는 국제 무대에서 자기를 표출할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정권에 의해서 다 만들어졌다고 이야기가 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공기를 게양하지 못한다는 것은 북한이라는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없는 거잖아요. 북한 입장에서는 체육인들에 대한 고려가 없이, 정권의 위상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거죠.
에디터 이상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