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올 작황 좋다”... 일부 농민들 되레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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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 북한의 농사 작황이 상당히 좋을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북한 농업성의 예상수확량도 높게 나왔는데 농민들은 오히려 우려스럽다는 반응입니다. 무슨 이유인지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내각 농업성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지난달 20일, 전국의 협동농장들에서 알곡 예상수확 판정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지난달 27일 “지난(8월) 20일, 내각 농업성에서 파견된 간부들이 각 협동농장들에 내려와 알곡 예상수확 판정을 실시했다”며 “판정 결과를 놓고 농민들은 농사가 아주 잘 된 것으로 평가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예상수확 판정대상은 알곡으로 취급하고 있는 벼와 강냉이, 밀과 감자였다”며 “올해는 ‘고난의 행군’ 이후 연간 580만톤으로 최고의 알곡 생산량을 보였던 2016년의 기록을 훌쩍 뛰어 넘을 것이라는 게 농업성의 판단”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자강도의 국가 알곡생산 계획량으로 벼와 강냉이가 정보당 6톤, 밀이 정보당 4톤, 감자가 정보당 40톤이었다”며 “예상수확 판정결과 자강도는 올해 날씨가 좋았던 덕에 정보당 벼가 3.4톤, 강냉이는 3.7톤, 감자가 34톤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보통 벼와 강냉이는 정보당 3톤 이상, 밀은 2톤 이상, 감자는 정보당 28톤 이상이면 농사가 잘 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는 국가 알곡생산 계획량(600만톤)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농민들의 기준으로 볼 때 농사가 매우 잘 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지난달 31일 “예상수확 판정결과가 좋게 나왔는데도 농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알곡 생산량을 높이라는 중앙(김정은)의 독촉에 못 이겨 예상수확량을 너무 높였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날씨가 아무리 좋았다고 해도 올해 양강도의 (주 작물인) 감자 평균 예상수확량이 37톤으로 턱없이 높게 나왔다”며 “농사가 잘 된 것은 맞지만 정보당 감자 예상수확량을 37톤으로 잡은 건 분명히 지나치다는 게 농민들의 한 목소리”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예상수확량이 실제 수확량보다 높게 되면 그로 인해 모자라는 수확량은 농민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과거에도 예상수확량을 높게 잡아 가을철 농민들이 빈손으로 나앉는 사례가 수도 없이 반복돼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