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후 북송자 처벌강화…회담서 인권 제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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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의 비핵화를 핵심 의제로 하는 남북, 미북 정상회담이 예정된 가운데 북한인권 문제가 논의의 후순위로 밀려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의 탈북자들과 북한인권단체들은 북한과의 대화에서 열악한 인권문제를 반드시 거론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비핵화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인권 문제도 정상회담의 의제로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에서 비핵화만큼 시급한 것이 북한인권의 개선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총 1127명입니다. 역대 최저 수치입니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수는 김정은 정권이 출범한 2012년 급감한 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북중 국경의 통제가 강화된 것이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제 북송자, 탈북 시도자와 연루자 등에 대해 북한 당국의 처벌 수위도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 2014년부터 모든 탈북자는 무조건 정치범수용소 수감 조치를 받습니다. 그래서 수감됐던 탈북자가 다시 밖으로 나온 사례는 (최근) 한 건도 없는 것으로 압니다. 강제 북송자들을 내보내면 국제사회에 나가서 발언하기 때문에 내린 조치로 보입니다. 탈북자 인권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입니다.

김정일 정권 당시에는 한국행이나 종교적 목적이 있는 탈북자만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인권단체들은 김정일 정권 당시 교화형이나 노동단련형 수준의 처벌을 받았던 일반 북송자들도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돼 그곳에서 생을 마감한다고 주장합니다.

강 대표는 “최근 북중 도강비가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탈북자 강제북송과 정치범수용소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여성들의 인권 상황도 여전히 열악합니다. 지난달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한 탈북자 지현아 씨는 임신한 북한 여성들의 인권이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현아 씨 : 임신한 상태로 강제 북송됐는데 마취 없이 강제로 낙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강제 북송 탈북 여성들이 낮에는 무거운 짐을 지고 밤에는 강제 낙태 수술을 받습니다. 낙태 수술로 인한 비명이 각 방마다 흘러나옵니다.

지현아 씨는 이어 “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이 아닌 탈북자와 북한 주민에 맞춘 대북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들과 북한인권단체들은 국제사회가 인권문제를 지적할수록 북한인권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두 차례 강제 북송 경험이 있는 탈북자 윤설미 씨는 북한 관리들의 인권 의식이 과거보다 개선된 것을 느꼈다고 증언했습니다.

윤설미 씨 : 2013년에 재북송돼서 같은 시설에 수감된 적이 있습니다. 취조실 벽의 피 얼룩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얼굴은 때리지 말라는 지시도 들었습니다. 때린 흔적이 보이면 '왜 때렸냐'고 추궁하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과 국제사회의 지적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NK워치’의 안명철 대표도 “인권 문제를 일으킨 북한 관리가 처벌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윤설미 씨는 “북한 관리들에게 ‘인권’이라는 의식이 이제 조금 생기고 있는 수준”이라면서 “여전히 북한 주민들은 심각한 인권 유린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