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 강제실종 피해자 지속적인 인권침해…책임규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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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북한 당국에 의한 강제실종 및 납치 피해자 대상의 인권침해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진실 규명과 책임 규명 등을 촉구하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28일 발간한 ‘아물지 않는 상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의한 강제실종 및 납치’ 보고서.

보고서는 지난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 당국에 의한 납치 및 강제실종 피해 남성 38명, 여성 42명과 면담한 결과를 담았습니다.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되거나 탈북 시도 중 강제송환돼 구금된 북한 주민들의 사례 뿐 아니라 외국인 대상의 강제실종, 즉 전시 납북자, 전후 납북자, 미송환 국군포로, 그리고 ‘지상낙원’ 북송사업을 통해 북한에 이주한 재일교포 등의 사례를 모두 다룬 겁니다.

보고서는 강제실종자 친인척을 비롯한 강제실종 피해자들이 수십 년간 경제적, 사회적, 정신적 피해를 견뎌왔다며 이들은 강제실종자 생사 확인과 송환, 사망자 유해 송환, 북한 당국의 사과,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 소추, 보상 등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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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28일 주최한 ‘아물지 않는 상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의한 강제실종 및 납치’ 보고서 발간 행사에서 발언하는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RFA PHOTO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이날 사무소가 주최한 보고서 발간 행사에서 북한 당국에 강제실종 및 납치 피해자의 생사에 대한 진실 규명과 책임자 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 보고서는 북한에 명확히 권고하고 있습니다. 강제로 실종된 혹은 납치된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책임자를 규명하고, 이러한 끔찍한 범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 문제를 진전시킬 책임은 분명히 북한 당국에 있습니다.

또 한국, 일본 등 자국 국민이 피해를 입은 국가 정부들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관할권 내에서 책임자 기소와 피해자 배상을 추진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행사에서는 북한 당국에 의한 강제실종과 납치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국군포로가 된 고 이기동 씨의 아들 이복남 씨는 탈북 전까지 아버지와 함께 23년 간 탄광 노역에 시달렸다며 북한에서 국군포로의 가족은 대를 이어 학대와 차별을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복남 씨 : 제가 17살 때 학교를 졸업했는데 그때 당시 북한에서는 국군포로 자녀들에 대한 학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학교를 졸업하니까 직업에 대한 선택권도 우선 없습니다. 국군포로로 자식은 무조건 아버지를 따라 탄광에 들어가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정말 배고팠습니다.

KAL기 납치피해자 장기영 씨의 아내 이순남 씨는 지난 1969년 사건 발생 후 50여 년의 세월을 힘들게 보내고 있다고 말하며 남편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을 한탄했습니다.

이순남 씨 :지금까지 송환도 안 되고 생사조차 알 수 없습니다. 이런 공산국가는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태경 북송재일교포협회 회장은 국군포로, 납북자, 북송재일교포 등 다양한 피해자 유형이 있지만 북한 체제 하에서 탄압당했다는 점은 모두 같다며 이들을 송환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태경 씨 :강제실종 및 납치 문제에서 국군포로, 납북자, 북송재일교포 등의 북한 입국 경로는 서로 다르지만 북한의 김씨 독재정치 하에서 고통과 탄압, 감시와 숙청의 대상으로 죽을 만큼의 고생을 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을 구출하기 위한 운동은 공동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며 모두가 함께 해줄 것을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한국 정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보고서 발간을 환영한다며 보고서가 열악한 북한인권 상황과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 제고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보고서의 제반 권고사항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유엔 인권 메커니즘과의 협력을 확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기자 이정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