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향후 활동 목표를 북한인권기록의 유네스코 등재와 북한인권 박물관 설립으로 삼고 북한 인권의 실상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는 활동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내 민간차원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조사·기록 및 분석, 보존하는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9일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센터는 앞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 제고 및 북한 인권의 대중화, 피해자에 초점을 맞춘 활동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NKDB는 이날 향후 활동 계획을 소개하면서 그동안 축적해 온 북한인권기록물들을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NKDB는 지난 2016년 북한인권기록물들의 유네스코 등재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당시 한국 정부와의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업 자체가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유네스코는 유엔 전문기구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국제협력을 촉진해 세계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는 한국의 기록물은 ‘조선왕조실록’, ‘5.18 광주 민주화운동 기록물’, ‘KBS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등 16개입니다.
NKDB는 향후 한국 정부가 생산한 기록물과 NKDB 등 민간 차원에서 생산된 기록물들을 통합해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구체적인 협의를 정부와 벌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순희 북한인권정보센터 (NKDB) 총괄본부장:사실 이 작업은 정부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입니다. 북한 인권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정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NKDB는 그동안 축적된 북한 인권 자료들을 종합해 전시하는 북한인권박물관 설립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임순희 본부장은 “박물관 건립 추진위원회에 명망 있는 인사들이 참여 중”이라며 “조만간 공식적인 시작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NKDB는 보유한 자료 가운데 공개가 가능한 내용들을 추려 이를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은 NKDB 창립 20주년 기념 행사를 앞두고 가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20년 전에 비해 북한 인권이 표면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또한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이 과거와는 달리 인권에 대한 개념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여상 소장은 “1990~2000년대 입국 탈북민 1인이 증언한 사건의 수는 8~9건이었다”며 “2020년대 들어와서는 1인당 증언하는 사건의 수가 3~4건으로 감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NKDB) 소장:이 말은 탈북민들이 인권 피해를 적게 경험했다는 의미도 있고 북한에서 인권 침해가 과거에 비해 감소하는 추세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20년 전과는)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윤 소장은 이같이 북한 인권 상황이 표면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주요 원인을 국제사회의 압력으로 꼽았습니다.
윤 소장은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의 다양한 압력과 요구 때문에 표면적인 개선효과가 보이는 것”이라며 “북한 당국이 인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다고 볼 수 없지만 정상 국가를 추구하는 상황이라 형식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윤 소장은 북한 내 인권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비밀처형을 꼽았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NKDB) 소장:공개처형에 대해서 인권단체, 국제사회가 강하게 개선을 요구하니까 최근에는 공개 처형 숫자가 현저히 감소했습니다. 대신 비밀 처형의 비율이 월등히 올라갔습니다. 자유권적 측면, 불법적인 고문이나 체포의 숫자, 강도는 낮아졌다고 해도 인권침해의 경향성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윤 소장은 지난 4월부터 NKDB가 하나원 내 탈북민들에 대한 조사를 재개했지만 최근 한국을 입국하는 탈북민 수 자체가 크게 줄어들면서 조사 및 기록 활동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윤 소장은 “단 하나의 사건이라도 명백한 인권 침해이기 때문에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하나원 내 탈북민들을 조사할 때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은 북한인권정보센터(NKDB)는 1961년부터 독일 통일까지 존립한 서독의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를 벤치마킹해 북한 인권 실태를 기록 및 분석하고 이 내용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NKDB가 2003년 창립 이후 현재까지 탈북민 2만여 명을 조사해 축적한 자료는 인권침해 기록 8만 5391건, 이와 관련한 5만 5065명의 인물정보 등입니다.
NKDB는 이를 토대로 지난 200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북한인권백서와 종교자유백서를 발간했습니다.
또한 탈북민 경제사회통합실태조사, 북한인권에 대한 한국 국민인식 조사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의 구금시설,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및 북한 인권 등과 관련한 다양한 보고서도 발간해 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활동을 통해 발간된 단행본은 현재까지 약 130여 권에 달합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