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과 미국, 일본, 프랑스 등의 33개 인권단체가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범죄 해결을 위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에는 프랑스,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영국 등 4개국 주한 대사들도 참석해 북한이 자행한 강제실종 범죄를 규탄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납북 피해자 단체 및 북한인권단체, 미국, 일본, 프랑스 등 33개의 인권단체들은 31일 주한 프랑스 관저에 모여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문제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한국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단체들은 이날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주한 네덜란드 및 영국 대사관이 공동 주최한 ‘북한 강제실종범죄 책임규명 공동 브리핑’에 참석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게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 즉 유엔 강제실종협약의 가입 및 비준을 촉구했습니다.
유엔 강제실종협약은 군부독재로 강제실종 범죄를 겪은 바 있는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주도로 지난 2006년 채택된 협약으로 현재 68개국이 가입해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아직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가입 및 비준을 할 것이란 입장을 지난해 밝힌 바 있습니다.
단체들은 한국 정부의 유엔 강제실종협약 가입 및 비준을 위해 한국 정부가 해당 협약의 취지에 부합하는 법령 마련을 위한 이행 입법을 준비할 것도 요구했습니다.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 :지금 이 순간에도 대한민국과 관련된 강제실종 피해자와 국군포로, 그 후손 대다수는 북한의 광산과 구금시설 등에 억류돼 세대에 걸친 차별과 착취, 강제노동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조국은 이 현실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됩니다.
또한 단체들은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범죄의 책임규명을 위해 남북특별조사위원회를 설립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 특조위를 통해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피해자와 그 후손의 생사 및 신변 확인, 이들의 한국 귀환 의사를 확인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생존자와 사망자 유해의 송환, 강제실종 피해자와 한국 내 가족 간의 소통 창구 마련 등을 위한 역할도 주문했습니다.
특히 향후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질 경우 북한의 강제실종 범죄로 인해 실종된 한국인 피해자를 ‘납북자’로 명확하게 표현해 북한에 문제를 제기 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한국 국민에게 자행한 인권침해 문제를 담당하는 한국 정부의 독립 전담 부서 신설도 요청했습니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프랑스,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영국의 한국 주재 대사들도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문제의 심각성에 우려를 표하며 이 같은 행위의 책임규명을 위해 국제사회가 함께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4개국 주한 대사가 한자리에서 북한의 강제실종 범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와 알프레도 카를로 바스쿠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는 한국 정부에 유엔 강제실종협약의 가입 및 비준을 촉구하며 강제실종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라는 점을 명확히했습니다.
요안나 도너바르트 주한 네덜란드 대사도 이 자리에서 “북한의 강제실종 범죄는 심각한 문제”라며 “네덜란드는 국제형사재판소(ICC) 등 국제재판소의 소재지인 만큼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범죄 등과 관련해 책임규명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주재 영국대사로 지난해까지 평양에 거주했던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도 이 자리에 참석해 “오늘과 같은 활동을 통해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국가 기관들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메쉬 포카렐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대행도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범죄의 책임규명을 위해 한국 정부가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메쉬 포카렐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대행 :지난해 한국 정부는 유엔 강제실종협약을 비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관련 법안이 어제 한국 국회에서 두번째로 발의된 바 있습니다. 한국은 피해자와 시민단체들과 협의해 강제실종협약의 비준과 시행 법률 제정에 우선순위를 둬야합니다.
강윤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법무관은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범죄에 대한 보고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하며 이와 관련한 상당한 규모의 기록이 이뤄졌다고 강조했습니다.
강 법무관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납치 범죄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피해자들의 고통, 슬픔을 담고자 한다”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정의와 책임 증진에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 및 공무원 등에 의한 강제실종을 방지하고 강제실종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구제를 강화하는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김기현 의원은 “한국 정부가 유엔 강제실종협약 가입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법과 한국 현실을 고려해 이행 법률 제정이 필요함에 따라 해당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며 “한국에선 강제실종범죄가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협약 가입은 과거 역사에 대한 반성과 인권 국가로서의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는 중요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해당 법률안은 유엔 강제실종협약과 강제실종과 관련된 국제법규, 유엔의 결의 등에 따라 강제실종의 방지, 관련 범죄의 처벌, 피해자 구제 등에 필요한 규정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1월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와 같은 취지의 법률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