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탈북 난민 수용의 계기가 된 북한인권법 초안 작성 과정에 관여한 앤 부왈다 주빌리 캠페인 USA 대표로부터 미국의 대북 인권정책에 대해 들어봅니다. 대담에 양희정 기자입니다.
기자: 미국이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의거해 23일 현재까지 220명의 탈북 난민을 수용했습니다. 숫자가 많다고 볼 수는 없는데요. 변호사로서 난민의 미국 정착을 돕고 계신데,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앤 부왈다 변호사: 한국행을 택할 경우 정착금과 언어소통, 교회와 민간단체의 활발한 탈북자 지원프로그램 등 경제적, 사회적 지원이 크고 수속 절차도 훨씬 빠르게 진행됩니다. 예를 들면, 태국 난민수용소에서 미국행을 택할 경우 한국에 가는 것보다 수 개월에서 1년 이상 더 걸린다는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해마다 수용하는 난민의 수를 2차대전 이후 최하 수준으로 줄였고,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연간 최소 10여 명, 최대 38명에 달하던 미국 입국 탈북 난민의 수가 최근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는 2017년 1명, 2018년 6명, 2019년 0명으로 급격히 줄었지요. 또한 난민 수속 기간도 늘었습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위해 통역을 하던 사람들에 대한 난민수용 절차를 간소화하라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다른 나라에서 오는 난민의 수속은 더 오래 걸리게 됐습니다. 신원조회를 담당하는 직원의 수는 한정되어 있는데 이들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기 때문이죠. 게다가 올해는 코로나19도 영향을 주고 있어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봅니다.
기자: 한국이 미국보다 경제적, 사회적 지원이 많아 한국행을 택하기도 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이 주어지는지요?
부왈다 변호사: 미국 도착 후 수 개월만 지나면 미국 정부의 의료지원이나 재정 지원이 끊기고 탈북난민 스스로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요. 9개 공식적인 정착지원 단체들을 통해 모든 미국 정착 난민들에게 1년 간 주거지, 직업, 영어교육, 통역 등 지원을 제공합니다. 8개월 간 단기 의료보험이 제공되고 그 이후에는 난민들이 저소득층이나 특정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메디케이드 의료보험의 자격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소득이나 연령, 장애 등에 따른 다른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영양보조프로그램(SNAP)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지원의 신청이나 연장에 영어 실력이 부족하면 신청서 작성에 있어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자: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에게 민간 차원의 지원은 없나요?
부왈다 변호사: 개인 사업을 운영하거나 영어와 고등교육을 받고 좋은 직업을 갖게 되어 성공적인 정착을 한 탈북 난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성착취 등 미국 도착 이전에 겪은 정신적 충격(trauma)이 커서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주빌리캠페인USA가 속한 북한자유연합(NKFC)의 일부 단체들이 영어나 미국 사회에 대한 교육이나 정신과 상담 등의 지원을 하려고 해도 이들의 신변보호차원에서 비밀유지(confidentiality)가 엄격해 이들을 지원하는 정착 지원단체들이 소재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외딴 곳에 정착했거나 다른 탈북민 사회와 교류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엔 이런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됩니다.
기자: 미국의 북한인권 정책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신다면요?
부왈다 변호사: 유럽 평화안보체제의 견인차 역할을 한 '헬싱키 프로세스'가 있습니다. 서유럽 국가들이 안보와 경제지원 등 모든 현안에 인권 문제를 결부시켜 결국 동유럽의 사회주의 체제를 붕괴시킨 과정을 말하는데요. 미국이나 한국이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입니다. 탈북자를 백악관에 초청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을 만나 인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고, 북한인권 상황을 감시할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유엔에서도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나 고문, 처형 등 여전히 심각한 북한의 인권 유린에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습니다. 이럴 경우 북한이 인권을 개선하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하게 되고, 북한 주민이 겪고 있는 극히 개탄스럽고 잔혹한 인권 유린에 세계가 침묵하게 되는 지극히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앵커: 지금까지 양희정 기자와 함께 미국의 민간단체 주빌리 캠페인 USA의 앤 부왈다 대표로부터 미국의 대북 인권정책에 대해 들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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