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서 탈북민 증언…“북, 무기보다 인권 우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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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다양한 배경의 탈북민들이 국제무대에서 발언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탈북민 출신 인사들이 북한 내 인권 상황에 대해 영어로 증언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월 27일부터 이번달 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된 제52차 유엔 인권이사회.

탈북민 출신으로 영국에서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티모시 조 씨는 지난달 말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상호대화에서 제네바 기반의 비정부기구인 유엔워치(UN Watch)를 통해 발언권을 얻었습니다.

이른바 ‘꽃제비’ 출신인 조 씨는 살몬 특별보고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 2021년 말 기준 북한 인구의 60%가 식량 부족, 41.6%가 영양실조 상태’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증언했습니다.

티모시 조 씨 :제가 자는 동안 빈대가 제 살갗 아래에 파묻혀 있었습니다. 제 등은 끔찍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더 끔찍한 것은 우리 옆에서 자고 있던 다른 두 명의 집 없는 아이들이 굶어 죽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였습니다. 그들의 시신은 아침에 수거되었습니다. (Bed bugs had burrowed under my skin while I was sleeping. My back looked horrific. Far worse, though, was when we discovered that two other homeless children sleeping next to us, had died of hunger. Their bodies were collected in the morning.)

조 씨는 북한 당국이 무기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쓰는 동안 주민들의 식량 상황 등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북한 당국에 주민들의 기본적의 필요와 인권을 우선시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티모시 조 씨 : 북한 당국이 자국민을 먹여 살리는 대신 무기에 수십억 달러를 쓴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칩니다. 아름다운 저의 조국은 이 부패한 체제의 권력 유지를 위해 점점 더 굶주림과 불의와 잔인함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뀔 때까지 제 조국은 번영할 수 없습니다. 식량, 주거지, 자유 등 북한 주민의 기본적인 필요가 북한 당국의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합니다. (I'm appalled North Korea spends billions on weapons instead of feeding its people. My beautiful country is sinking more and more into hunger, injustice and cruelty in order for this corrupt regime to maintain its grip on power. My country cannot flourish until this changes. It is imperative that the people's fundamental needs of food, shelter and freedom, become their first and foremost priority.)

영국에서 활동 중인 탈북민 인권운동가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도 지난달 말 주제네바 한국대표부가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립 10주년을 맞아 주최한 부대행사에서 영어로 발제하며 북한 내 인권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규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지현 씨 : 우리는 북한 내 인권침해 가해자들에 대한 책임규명에는 가까이 가지 못했습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설립 후 10년이 지났지만 저에겐 어떤 정의도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We should be honest that we are not close to holding North Korean perpetrators to account. I remain without any justice 10 years on from the commission's mandate.)

또 진실을 말하는 것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고 말하며 지난 2014년 발표된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읽고 탈북 과정에서 겪은 인권침해에 대해 증언할 이유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현 씨 : 진실을 말하는 것에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는 제가 경험한 인권 침해, 즉 중국에서의 강제 결혼, 북한으로의 송환, 중국에서 태어난 무국적 아동 등에 대해 세상에 알리고 말할 이유를 줬습니다. (There is power in speaking the truth. The report gave me a reason to speak up and tell the world about the human rights violations I experienced - forced marriage in China, repatriation to North Korea, stateless children born in China.)

한편, 나다-알 나시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도 이번 회기의 북한인권 관련 일반토론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이 잊혀져선 안된다고 강조하며 유엔 인권이사회와 회원국들에게 북한인권 책임규명 전략을 지원할 방안에 대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논의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나다 -알 나시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인권침해 피해자는 완전하고 적절한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북한 주민의 인권이 잊혀져선 안됩니다. (Victims have right to justice and to full and adequate reparations. The human rights of the people of the DPRK must not be forgotten.)

기자 이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