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미루며 북한인권재단이 6년째 출범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통일부는 2주 전부터 의원 설득에 나서는 등 윤석열 정부 들어 재단 설립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영국 주재 북한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서울 국회에서 주최한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한 정책 제언 대토론회’.
한국 통일부의 정재진 북한인권과장은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북한인권재단의 출범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 과장은 “2주 전부터 주요 의원들을 만나 이사 추천이 필요하다는 점과 현 정부에서 이미 재정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 등을 설명하며 인사 추천 요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3월에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설립근거를 둔 재단으로 통일부 장관이 2명, 여당이 5명, 그 외 교섭단체에서 5명의 이사를 추천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하지 않아 재단은 출범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미 2021년 2월 자당 몫의 이사 5명을 추천한 상태로 정 과장의 이날 발언은 통일부가 사실상 민주당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섰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 과장은 또 “내년 재단 운영예산으로 약 109억 원을 예상하고 세부내역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고 “정관은 이미 마련됐으며 사업계획, 직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재진 통일부 북한인권과장 :그동안에는 사실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저희가 2주 전부터 주요 의원님들, 보좌진분들을 찾아뵈면서 북한인권재단의 설립과 출범을 위해서 인사 추천이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 드리고 정부에서 현재 재정적으로 어떻게 노력하는지 설명을 드리면서 인사 추천 요청을 드리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는 새로운 국회의장단 선출 등 원구성을 놓고 여야 간 합의 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 과장은 “원구성이 완료되면 다시 한번 국회에 공식적으로 재단 이사 추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북한인권재단의 설립 방안과 향후 재단의 바람직한 운영 방향 등이 논의됐습니다.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지금처럼 여야가 북한인권재단의 이사를 각각 추천ㆍ구성하는 형식으로는 재단 출범 이후에도 각종 사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사진 추천권을 주무부처 장관에게 일임하는 방향으로 북한인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는 법 개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남북대화에 우선적인 초점을 두는 통일부 아래에 북한인권재단을 놓을 경우 재단 활동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총리실 산하로 북한인권재단을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저는 총리실 같은 부처에 북한인권재단을 옮겨서 북한인권재단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또 북한 인권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태훈 한변 명예회장도 이 같은 의견에 동의하며 “총리실 혹은 국가인권위 등 비정치적이고 중립적인 기관 산하에 북한인권재단을 두자는 의견을 경청할 만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회장은 이와 함께 북한인권법이 통과됐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자당 몫의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것에는 위헌적ㆍ위법적인 요소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이 자리에서는 북한 인권을 의논할 때 탈북민들의 의견을 더욱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됐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은 “탈북민들이 북한 인권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라며 “탈북민에게 북한인권문제, 통일문제를 맡겨 주인노릇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에서 북한의 실상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탈북민 출신인 태영호, 지성호 의원”이라며 “북한 문제를 논의할 때 이들과 논의해야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온다”고 강조했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탈북민들은 북한 인권문제의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이며 탈북민의 가족들이 바로 북한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당사자입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 :북한에서 실제 고위층 생활을 하며 북한의 고위층 사정을 제일 잘 아는 분이 한국에서 태영호 의원님 말고 누가 있겠습니다. 지성호 의원님은 북한 주민들의 바닥생활을 가장 잘 아는 분이에요. 본인이 그 생활(꽃제비)을 하다가 탈북해서 오셨기 때문에.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의 지도부도 참석했는데 이준석 대표는 “인권 문제가 하나의 중요한 지렛대로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한민국 국민의 인권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당위의 문제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태영호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인권재단의 이사진 선임 권한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내용으로 북한인권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태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 발의 시기와 관련해서는 “늦어도 7월 중순까지 진행하고자 한다”고 답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