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지연’ 북 인권재단…북 인권 정책에 영향 없나?

0:00 / 0:00

앵커 : 북한인권재단이 개소한 지 21개월 만에 문을 닫으면서 북한인권단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정부 차원의 북한인권 개선 노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겁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인권의 개선을 위해 개소한 북한인권재단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문을 닫은 1차적인 원인은 재단의 이사진이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는데 있습니다. 재단 이사추천권을 각각 5장씩 총 10장을 갖고 있는 여당과 야당은 이와 관련된 논의를 마무리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국회사무처 의안과에 따르면 현재 국회사무처는 총 11명의 재단 이사 후보명단을 받았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5명을,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국민의당이 각각 5명과 1명의 이사 후보명단을 제출했습니다.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여야가 뒤바뀌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협의를 통해 양당이 추천한 후보 중 1명을 추려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회사무처 의안과 관계자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각 정당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았지만 정당 상황이 바뀌면서 현재는 이사 추천인원을 조정해야 하는 단계”라며 “최근 재단 이사 추천인원을 조정하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북한인권재단의 이사 추천이 지연되고 있는 원인은 정당 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충돌과 재단 출범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북한인권 단체들은 북한인권법이 공포된 지 2년이 지난만큼 재단 출범을 위한 이사진 구성을 하루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 : 여야 정당 등 여러 정치권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법으로써 제정된 북한인권법을 이행할 수 있는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고 만드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 국장은 이어 “현 정부와 여당이 집권함에 따라 북한인권 개선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인사가 발탁될 수는 있지만 재단이 공식적으로 문을 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재단이 문을 열면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을 갖고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북한인권 단체들도 여러가지 활동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인권 단체들 사이에서는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재단의 공식적인 출범을 꺼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남북 간 대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이 민감해하는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서 국장은 “정부는 북한인권재단을 공식적으로 출범시켜야 한다는 공론화 작업에 소극적”이라며 “정부 차원의 토론회나 공청회 등을 열어 재단 출범의 중요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대표도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북한인권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며 “이런 기조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현재와 같은 남북 대화 국면에 재단이 출범하면 재단이 유명무실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표했습니다.

김태훈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대표 : (재단이 출범한다고 해도) 북한인권 개선과는 관련이 없는 일을 추진할 것 같습니다. 대북지원 쪽으로 재단의 사업이 편중될 것 같아 우려됩니다.

한국 통일부는 북한인권재단 설립을 위해 정부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통일부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한국 정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의 각 정당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위한 협조 공문을 총 세차례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이사 추천을 지연시키고 있는 관련 정당들에 유감을 표명할 계획에 대한 자유아사아방송의 질문에는 “정부가 그동안 국회에 이사 추천 협조요청과 관련해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며 “국회도 정부의 입장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4일 북한인권재단 사무실의 임대차 계약을 6월말 기준으로 종료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재단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빈 사무실에 대해 매월 6300여 만원(약 5만 6000달러)의 임차료가 발생해 재정적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번 조치는 재정손실을 막기 위한 행정적이고 실무적인 조치로 (정부의) 북한인권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은 최근 북한인권법의 폐기와 북한인권재단의 해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28일 “북인권재단은 대결광신자들이 조작해 낸 북인권법과 함께 출현한 반공화국모략기구”라고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우리민족끼리’와 ‘통일신보’ 등 선전매체를 통해서도 북한인권법 폐기와 북한인권재단의 해체를 주장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