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3개 북한 인권단체들이 한국 정부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에 대해 전면 재수립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2일 한국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제2차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
23개 북한 인권단체들은 27일 공동성명에서 이번 기본계획은 북한 인권의 가장 근본적 문제인 자유권 개선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면 재수립할 것을 한국 정부에 촉구했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북한 내 처형과 체포, 납치 아니면 정치범수용소 등 이런 문제들은 다 자유권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번 계획은) 북한 인권 문제가 자유권 쪽으로 쏠려 있다는 식의 인상을 주면서 사회권과 통합이라고 하지만 결국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인권단체들은 기본계획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북한의 입장과 남북관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된 부분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북한의 인권 현실을 외면한 채 남북관계 개선에만 치중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선 인권 유린의 피해자 입장부터 고려해야 하는데 인권 유린의 가해자인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인권단체들은 이와 함께 인도주의와 인권 차원에서 사고와 재난 등으로 남하한 북한 주민과 선박 등을 송환한다는 이번 계획의 방침에 대해 탈북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 또다시 북한 주민의 강제북송 논란이 벌어지게 될 경우,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에 있는 내용이고 한국 국회에서도 이미 동의한 내용이라고 해서 면피 구실로 이용하게 될 우려가 큽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동해에서 나포된 북한 주민 두 명이 오징어잡이 배에 함께 타고 있던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고 판단하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한 바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이어 이번 기본계획에서 1차 기본계획과 달리 '책임규명'이라는 추진과제가 빠졌다며 통일부 북한인권기록센터와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역할이 더욱 유명무실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 당국이 인권 침해를 하지 못하도록 유도하고 인권침해 사례를 기록 보존해 통일 이후의 북한인권 정책을 마련하며 반인도적 범죄 행위자에 대한 형사 소추를 대비하기 위해 제정된 북한인권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과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인권시민연합, 열린북한, 징검다리, 나우,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HRNK) 등 모두 23개의 인권단체가 참여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해 3년마다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국회에 보고해야 합니다. 제1차 북한인권증진 기본계획은 지난 2017년 4월 수립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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