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의 노예 노동을 고발한 기록영화가 모나코에 이어 영국 영화제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비밀 노예: 달러 영웅(North Korea’s Secret Slaves: Dollar Heroes)’의 세바스찬 바이스 감독은 2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 작품이 최근 영국의 그리어슨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제(Grierson Awards 2019) 최고연작기록영화(Best Documentary Series) 후보로 선정됐다고 밝혔습니다.
바이스 감독 : 북한 해외 노동자를 다룬 '달러 영웅(Dollar Heroes)' 등 현대판 노예노동에 관한 연작물(The Why Slavery series)이 후보로 선정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중 어느 국가보다 더 많은 노동자를 국가 주도로(state controlled) 파견하고 있는 나라가 북한입니다.
‘달러 영웅’이 지난 6월 또 다른 유럽국가인 모나코 몬테카를로에서 열린 텔레비전 축제 기록영화 부문 최고상을 수상한 데 이어 또 다시 영국의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바이스 감독은 또 다른 독일 즉 도이췰란드 감독인 칼 기어스토퍼(Carl Gierstorfer) 감독과 한국의 류종훈 프로듀서 등과 더불어 2년여 에 걸친 준비 끝에 2018년 ‘달러 영웅’을 완성했습니다.
‘달러 영웅’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경제제재에 직면한 북한 정권이15만 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노동자를 중국, 러시아, 폴란드 즉 뽈스까 등에서 외화벌이에 나서도록 내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폴란드 슈체친 조선소에서 일하는 한 북한 노동자는 이 기록영화에서 폴란드의 고용회사와 독일 조선소 투자가로 위장한 취재팀에게 북한 노동자들이 하루 10시간, 11시간이라도 일하면서 공사 기일을 맞춘다고 말합니다.
국제노동기준법에 따라 하루 8시간만 일하는 폴란드 노동자들과는 다르고, 게다가 북한 노동자들은 한 달에 한 번만, 무급으로 휴가를 사용한다고 그는 강조합니다.
북한 해외파견 노동자 연구 보고서를 발간한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 렘코 브뢰커 교수는 분명 이들이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지만 유럽연합 국가인 폴란드 조차 이를 방조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 기록영화에서 지적했습니다.
브뢰커 교수 : 저는 '현대판 노예'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마음대로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일을 그만두지도 못합니다. 일을 지시 받으면 거부하지 못하고 해내야 하고, 임금도 받지 못합니다.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취재팀에게 폴란드 노동자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보위부 요원 등이 폴란드 회사들과 연계해 활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태영호 공사 : 해당 회사들과 연계를 가지고 활동할 수 있도록 당연히 폴란드 주재 북한 대사관은 여기에 개입돼 있고 항상 이 문제를 폴란드 측과 협의하고 있습니다.
한편, 바이스 감독은 2016년에도 폴란드 내 북한 노동자 관련 기록영화 ‘김 씨 정권을 위한 현금: 폴란드에서 강제노역 중인 북한 노동자(Cash for Kim: North Korean Forced Laborers at Work in Poland)’를 제작한 바 있습니다.
바이스 감독은 또 2014년경부터 폴란드의 조선소 등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열악한 인권 실태에 관심을 갖고 현지 조사에 나서면서, 중국과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더 큰 규모의 강제 노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조사를 확대해 ‘달러 영웅’을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리어슨 영화제는 오는 11월 최종 수상작을 발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