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인권상황 열악…공개처형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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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군대에서 공개처형이 여전히 집행되고 사망사고가 빈번히 일어나는 등 인권 상황이 열악하다는 탈북민 대상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군 관련 인권단체인 군인권센터는 30일 북한 군대의 인권 상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약 1년 동안 실시된 이 조사는 북한에서의 군 복무 경험이 있는 탈북민 30명에 대한 심층 면접과 관련 문헌 연구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면접에 응한 30명 중 8명, 즉 약 27%는 군 생활 중 공개처형을 직접 목격했거나 소속 단위부대에서 공개처형이 집행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일시가 특정된 사례는 7건으로 이 중 3건은 1990년대, 3건은 2000년대, 1건은 2010년대에 집행됐습니다.

이번 조사를 수행한 이기찬 사회인류학 독립연구자는 이날 발표 토론회에서 북한 군대에서의 공개처형은 군 기강 그리고 사기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민간에서의 공개처형에 비해 드물다는 것이 공통적 증언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최고지도자의 방침을 위반한 사례가 발생했을 경우 군 기강 확립을 위해 공개처형이 여전히 집행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기찬 사회인류학 독립연구자: (공개 처형이) 최근에는 많이 줄었다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지만 여전히 공개처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당이나 수령의 권위에 도전하는 범죄가 있었을 때 군 기강을 잡기 위해서 군에서도 공개처형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북한 군대 내 사망 사고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피면접자의 90%는 군 생활 중 사망 사고를 직접 목격하거나 소속 부대에서 사망 사고가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사고 유형으로는 건설지원, 벌목 등 작업 중 사고가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통사고, 익사 등 안전 사고와 군용차량 전복, 동사 등 훈련 중 사고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군 복무 중 구타가 일상적이었다고 답한 피면접자는 24명인 반면 구타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한 자는 한 명에 불과해 북한 군대에서는 구타 역시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더해 북한군은 남자 의무제 10년, 여자 지원제 7년 복무임에도 피면접자 중 절반 이상은 군 생활 중 한번도 휴가를 다녀오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월급의 경우 장교들도 장마당 기준 쌀 1kg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기찬 연구자는 북한군 인권 문제가 근본적으로 북한 정권이 장기화된 경제난과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병력을 운영하는 것 그리고 군 복무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에 기인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북한군의 인권실태는 보편적 인권기준에서 피구금자의 인권실태와 유사하다고 말하며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규칙'을 기준으로 삼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지난 1957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서 채택된 이 규칙은 모든 피구금자가 인간적 존엄성을 보장받고 비인간적이거나 모욕적인 처우 또는 처벌을 받지 않게 할 것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기찬 사회인류학 독립연구자: 범죄자, 구금자에 해당하는 규칙인데 적절하느냐 하실 수 있겠지만 국가를 지키는 의무를 수행한다 더라도 양보될 수 없는 시민적 권리가 있습니다. 북한의 군인들이 침해받는 권리들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북한 군 당국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방부가 지난달 발간한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의 상비 병력은 128만여 명으로 미국의 상비 병력인 134만여 명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