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당국이 청년들의 탄원(자원) 진출을 구실로 부모 없는 고아들을 사회의 가장 어렵고 힘든 부문에 강제로 배치하면서 격리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언론들이 최근 사회주의 건설의 어렵고 힘든 부문에 탄원(자원) 진출하는 청년들의 소식을 잇달아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1월 17일, 황해남도를 시작으로 함경북도와 평안남도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어려운 부문에 탄원 진출하는 청년들을 환영하는 모임이 진행되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2021년 4월, 청년동맹 10차 대회 이후부터 청년탄원 기사를 보도해왔는데 배치 분야는 주로 탄광, 광산, 임산 등으로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제염소(염전), 세포축산기지 등도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교원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1일 “이번 청년들의 탄원 진출은 지난해 말부터 중앙청년동맹(노동당 외곽조직)에서 이미 준비해 두었던 사업”이라며 “청년 인구가 많은 도에는 100명, 청년 인구가 적은 도에는 80명으로 탄원 진출 인원까지 미리 지정해 주었다”고 밝혔습니다.
“준비된 청년들의 탄원 진출 기간은 중앙청년동맹의 지시에 따라 각 도별로 1월 10일부터 2월 10일까지”라며 “양강도 청년동맹은 중앙청년동맹에서 배정받은 80명의 인원을 맞추기 위해 3월 말로 계획되었던 중등학원(고아 전담학교) 고아들의 졸업식도 (노동당의 지시에 따라) 1월 중순으로 앞당겼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고아들을 위한 교육기관인 증등학원은 12세부터 만 17세까지의 부모 없는 고아들의 학교입니다. 고아들은 먼저 애육원(1~6살까지), 그다음이 육아원(7~11살까지)에서 키워지고 12살부터 17세까지 중등학원에서 교육을 받습니다.
이 소식통은 “이번 탄원 진출을 위해 준비된 청년들 중 중등학원 졸업생 고아가 47명, 일반 가정에 입양돼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고아가 23명”이라며 “그에 반해 사회에서 일하던 청년은 7명, 청년동맹 간부는 3명밖에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2021년 4월, 청년동맹 제10차 대회가 있은 후부터 ‘당이 바라는 곳에 청년들이 있다’는 구호를 내 걸고 중등학원을 졸업한 고아들과 사회에 진출한 일부 청년들, 청년동맹 산하 간부들로 어렵고 힘든 부문에 청년들을 탄원 진출시키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습니다.
한편 청년동맹 내부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해마다 어렵고 힘든 부문에 탄원 진출했다는 인원을 파악하게 되면 한해 동안 우리나라(북한)에서 부모 없는 고아가 얼마나 발생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며 “탄원 진출 청년의 90% 이상이 고아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부모 없는 고아들을 나라에서 따뜻이 돌보고 훌륭히 키운다고 선전하지만 실제 고아들은 군사 복무도 할 수 없고, 대학에도 갈 수 없다”며 “부모 없이 자란 탓에 국가 체제에 원한을 품고 있을 수 있는데다 가정 토대도 명백치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부모 없는 고아라면 중등학원을 졸업했든, 일반 가정에 입양돼 고급중학교를 졸업했든 상관없이 군사 복무나 대학 공부를 할 수 없다"며 “2021년 이전에는 사회에 진출한 후 딱히 거둬줄 사람이 없다는 구실로 이들을 전부 속도전청년돌격대에 집단적으로 배치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그나마 돌격대라도 집단으로 배치 받을 수 있던 때가 부모 없는 고아들에겐 행복한 시절이었다”면서 “청년동맹 10차 대회 이후부터는 부모 없는 고아들을 집단으로 배치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때어내 사회의 어렵고 힘든 부문에 강제로 보내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사회에 진출한 고아들을 한 곳에 모아 놓으면 집단으로 국가를 배신할 위험이 있어 개별적으로 때어 놓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