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부 “북인권 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고민 중”

지난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모습.
지난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모습.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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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결의안 채택과 관련한 논의를 앞둔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31일 혹은 내달 1일 유엔 인권이사회가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여부를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여전히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 외교부 관계자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유럽연합(EU) 측이 49차 인권이사회에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을 상정했다”며 “한국으로서는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입장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도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지금까지 공동제안국에 불참해왔다”면서도 “계속 입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16일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동제안국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그동안의 기조를 바꿀지 여부가 주목됩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유엔 총회와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2019년부터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지 않은 채 결의안 채택에만 동참해왔습니다. 그 이후 한국 외교부는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고려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발을 빼왔습니다.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들은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임기 중 마지막이라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가 조만간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여부를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에 앞서 공동제안국으로서 참여해 그동안의 실책을 만회해야 한다는 겁니다.

권은경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는 인권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다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권 대표는 북한인권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행보로 향후 한국 정부가 북한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권은경 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 :국제적인 신뢰 또는 북한 주민들로부터의 신뢰마저도 얻지 못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봅니다. 대북정책에서는 북한 당국과의 대화와 교류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이들이 꺼리는 정책이나 행동, 언사를 극도로 조심하는 것만이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돼 버렸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도 북한이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발사하는 전략도발을 감행하는 등 미북, 남북 간 약속을 어긴 상황에서 한국 정부도 대북정책의 기조를 지금이라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지는 등 북한인권 정책에 소홀했음에도 이를 통해 실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 :명분에서도, 실리면에서도 얻은 게 없었습니다. 2018년까지는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는데 그때는 남북관계가 좋았습니다. 오히려 2019년 들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한건데, 그때부터 공동제안국으로 참여를 안 한 것이죠. 그 이후에도 남북관계는 좋아지지 않았고요.

이어 신 분석관은 “문재인 정부는 북한 정치범수용소, 공개처형 등의 여러 인권침해 상황이 개선된 조짐도 없었는데 정치적 이유로 공동제안국에서 빠져왔다”며 “인권 문제의 경우 일관성의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국제인권단체들과 한국 북한인권단체들은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될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낸 바 있습니다.

단체들은 한국 정부에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원칙에 입각한 입장을 취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인권에 관한 대화를 배제하고 남북 대화와 협력을 추진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며 한국 정부에 노선을 바꿀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 서한의 공동발신자 명단에는 휴먼라이츠워치를 비롯해 세계기독연대(CSW), 북한인권위원회(HRNK), 북한민주화네트워크(NKnet),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이양희 전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 등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최근 이 공동발신자 명단에는 미국의 인권재단(HRF)과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도 추가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기자 목용재,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