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설이 제기되면서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들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김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4년 전인 지난 2019년 4월 열차편으로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는데, 이달 안에 다시 만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 관련 소식에 정통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구)은 6일 “요즘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설이 북한 노동자들 속에 퍼지고 있다”면서 “그의 방문소식에 노동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북한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하면 우선 힘들어지는 것은 북조선 노동자들”이라면서 “작은 일감도 놓칠세라 닥치는 대로 일하는 데 김정은이 방문하면 노동과 정성보위사업(김씨 일가 초상화, 기념비 등 관리)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은 보통 2명씩 조를 지어 2개조가 오전, 오후로 반나절씩 교대하며 초상화와 기념비 등을 지키고 관리하는데 원래는 매일 아침 시간에만 1개 조 2명이 나가서 돌아보고 청소하고 닦곤 하는데 행사기간에는 특별히 반나절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그가 방문하게 되면 얼마전 우쬬스 아무르강 전망대의 (김정일) 방문 기념표식비 훼손문제가 사건화될 수 있다”면서 “노동자들이 매일 교대제로 관리하는 방문표식비에 누군가 가래침을 뱉어 놓고 예리한 금속으로 그어 훼손한 일이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어 “실제로 일부 현지(러시아)인들은 노동자들에게 ‘당신들은 왜 여기서(러시아) 그를 우상화 하는가, 그는 나라의 모든 부와 권력을 차지한 사람이다. 이는 온 세상이 알고 있는 현실이다’”면서 “‘조선 사람들은 그의 권력에 눌리어 매우 한심하고 빈곤하게 살고 있다’며 인민 위에 군림하는 김정은에 대한 비난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런 영향 때문인지 내가 아는 북조선 노동자들은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소식에 대해 달갑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라면서 “그들은 북조선 당국이 조직적으로 통제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김정은)를 열렬히 환영하는 척 할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파견되었다가 탈출해 지난해 한국에 입국한 한 탈북민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소식에 대해 그곳 북한 노동자들은 대부분 싫어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이 제기되면 노동자들에 대한 통제가 더욱 심해지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피곤하게 마련”이라면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행사기간에는 노동자들이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며 더 열심히 일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통제는 방문기간에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 노동자들의 동선위치를 확인하는 등 통제가 있는데 방문기간에는 더 자주 확인하고 조직규율을 철저히 지키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탈북민 증언: 보위지도원들이 노동자들에게 (김정은) 온다는 거 알려주고 모심(최고지도자 챙기기)사업의 견지에서 잘하라고 포치를 해요. 그날은 환자도 없어야 돼요. 진짜 죽지 못해 앓던 환자들까지 그날은 싹 다 (현장에) 끌고 나가요. 현장에서 일하라고. (위에서) 충성심의 발현으로 판단하는 것이죠.
이어 “노동자들은 일하고 돈만 벌면 되는데 지도자에 대한 보위사업의 견지에서 일도 열심히 하고 충성심도 발휘해야 한다며 들볶는다”면서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기간 보위사업과 충성의 노동 등 포치하는 지시가 많아 고달픈 나날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주로 30대에서 40대의 청장년인 북조선 노동자들의 송환은 예고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회사 간부들도 미리 송환을 예고하면 탈출할 것을 우려해 최대한 좋은 말로 어르고 달래며 송환 대상을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위원장에게는 "푸틴 대통령을 만날 많은 이유가 있다"면서 수십년 사이 최악의 식량난을 겪는 북한 상황을 고려할 때 "러시아는 북한에 (식량) 원조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러시아 측도 북한으로부터 얻을 게 있다면서 "북한 정권은 특히 시베리아와 극동에서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는 러시아에 더 많은 노동자를 보내는 데 합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