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은 사회주의 우월성의 하나로 세금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양강도 혜산시에서 연이어 주민들에게 돈을 낼 것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주민은 어린 학생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당의 방침과 정책 과제 집행, 사회적 과제 수행, 각종 건설과 꾸리기, 지원사업 등의 명목으로 당국에 돈이나 물자를 바쳐야 합니다. 이를 세부담이라고 하는데 가족이 먹을 식량 구입조차 어려운 주민들에게 세부담은 너무나 큰 고통입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3일 "요즘 하루가 멀다 하게 세부담 과제가 하달된다"며 "최근에만 혜산시 연봉동에 사는 주민들이 현금 (내화) 1만원(미화 1.2달러)과 막돌 1.5㎥을 바쳐야 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달 초 연봉동의 모든 가정세대(가구)에 3일 내로 막돌 1.5㎥을 바치라는 지시가 하달되었다"며 "인민반 회의에서는 그 이유를 이번 장마로 연봉 장마당에서 은덕원 사이 무너진 둑을 보수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뒤이어 인민반장이 1.5㎥ 막돌 과제를 하지 못하겠으면 중국 돈 50위안(미화 6.8달러)을 내라고 했다"며 "중국 돈 50위안은 (4인 식구가) 3-4일 먹을 식량(옥수수)을 살 수 있는 돈"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 동네의 경우 막돌 대신 돈을 내는 사람은 몇 안 되고 대부분 가정이 여기저기에서 돌을 주워 바쳤다"면서 "그러고도 5일간 매일 새벽 5시부터 7시까지 매 가정에서 1명씩 무너진 개울 둑을 다시 쌓는 일에 의무적으로 동원되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하루라도 새벽 동원에 빠진 세대는 그 댓가로 1만원(미화 1.2달러)을 추가로 또 내야 했다"며 "한 주민이 동사무장을 찾아가 몸이 안 좋아 새벽 동원에 한 번 빠졌다고 1만원을 받아가는 것이 너무하지 않냐고 항의를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항의하러 간 주민에게 동사무장이 새벽 동원에 빠졌으면 돈을 내는 것이 응당하다며 흙을 날라오는 차를 구하고 휘발유를 사는 등 모든 것을 동사무소가 자체로 해결해야 하는데 동에 무슨 돈이 있느냐고 반문했다는 겁니다.
또 시에서 아무것도 주는 것 없이 무너진 둑을 당장 보수하라고 닦달하는데 이를 수행하지 못하면 내 목이 떨어진다고 하는 바람에 항의하러 갔던 주민이 더 말을 못하고 돌아섰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입니다.
소식통은 "모든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며 "쩍하면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이나 물자를 내라고 하는 데 세부담이라는 말만 들어도 짜증이 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당국이 세부담을 없앤다고 하지만 한번도 지켜지지 않은 빈말에 불과하다"며 "혜산시 전 주민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압록강 연안 국경차단물 보수에 돈을 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거의 두 달째 압록강을 따라 강구, 늪평 쪽으로 내려가면서 국경에 차단물을 새로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 공사에 각 세대별로 내화 1,1000원(1.33달러)씩 돈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전에 있던 국경 차단물도 2년 전에 혜산시 각 세대가 내화 5,000원(0.6달러)씩 내서 만든 것"이라며 "당시 철근과 철사가 없어 나무 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에 싸리나무 같은 잡관목을 엮어 차단벽을 만들었는데 다 넘어지고 부셔져 이번에 판자로 다시 만든다며 돈을 거두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생활이 어려워 돈을 바치지 못한 세대가 적지 않았는데 인민반장이 매일 아침, 저녁 찾아다니며 악착같이 돈을 받아냈다"면서 "위에서 액수를 정해 무조건 바치라고 하니 인민반장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각종 명목으로 현금을 내는 것도 많지만 공병, 파지, (노동)장갑 등 물자나 물건을 바치는 일도 많다"며 "이런 사소한 것까지 다 합치면 전국의 주민들이 거의 매일 세부담에 시달리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