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 요덕수용소 수감자 출신 탈북자 정광일 '노체인' 대표가 북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광일 대표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 요덕 15호 정치범수용소 혁명화 구역 내 수감자 180명의 명단을 담은 책자를 배포하고, 미국 백악관과 각 정부 부처에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 대표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한미경제연구소(KEI)가 공동으로 주최한 북한인권 행사에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치범 수용소 실태에 대한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정광일 대표 : 작년 2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저희한테 (북한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두 차례에 걸쳐 미북 회담이 개최됐지만 북한인권 문제는 전혀 거론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앞으로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면 '꼭'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거론해 달라는 의미에서 이 명단을 갖고 미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정 대표는 이 책자에는 2000년부터 약 3년 간 자신이 수감되었던 기간 중 요덕 수용소에 있었던 수감자들의 이름 이외에도 성별, 나이, 고향, 직업, 수감 시기와 사유 등이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명단 작성 이유를 묻는 청중들의 질문에 정 대표는 요덕 수용소에서 자신이 작업반장을 맡으면서 당시 수감자들의 명부를 접하게 됐고 최대한 그 명단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수감되어 있을 당시 수용소에서 수감자가 사망하면 그의 가족 모두가 정치범으로 몰리게 된다는 말을 전해 들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정 대표 : 이 명단을 발표함으로써 이 사람들을 죽이지 않기를 바라서 만들었습니다.왜냐하면 국제사회가 알고 있고, 유엔이 알고 있다고 하면 (수감자들을) 함부로 못할 것 아닙니까?
그러면서 그는 당시 자신과 같이 수감되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몇 명과 함께 기억을 더듬어 명부를 작성했다고 말했습니다.
1990년 대 중반 조선평양무역회사 청진지사에 근무하며 북중 무역을 담당하던 정 대표는 한국인과 알게 되면서 북한 보위부에 의해 간첩죄로 체포됐습니다.
정 대표는 9개월 간 심문과 고문을 겪으며 몸무게가 75킬로그램에서 36킬로그램으로 줄고 걷지도 못하게 되자 간첩 임무를 사주 받았지만 수행하지 않았다고 거짓 자백을 하면서 요덕 수용소 혁명화 구역에 수감되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정 대표가 작성한 수감자 명단 책자를 최대한 널리 배포할 수 있도록 힘껏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 저희 단체는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미국 백악관에서 심지어 한국 청와대까지 널리 전달하려고 합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분석연구소의 오공단 선임아시아분석관(Senior Asia Specialist)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수감자의 신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은 명단은 미국 행정부 수반인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이 마치 이들의 고통을 직접 보는 것처럼 느끼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인권 문제를 더 강하게 제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길 희망한다고 오 분석관은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