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비전투’ 내몰린 북 주민들 간 폭행사건 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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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최근 전국 주민들과 10대 학생들을 퇴비 전투로 내모는 가운데, 올해에는 인분을 둘러싼 폭행사건까지 발생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퇴비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은산군에서는 삽과 도끼를 들고 남성들이 싸우다 크게 다친 일이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사건은) 개인집 변소에서 인분을 몰래 퍼가던 공장노동자를 주인집 남자가 삽으로 가격하며 시작된 것”이라며 “자기 머리에서 피가 나자 공장노동자가 마당에 있던 도끼를 들고 주인집 남자를 공격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이어 “인민반장이 담당 안전원을 데리고 와 이 싸움은 끝났지만 두 명 모두 병원으로 실려갔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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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원시 인근 미곡협동농장에서 여성 농장원들이 거름을 생산하고 있다. /AP

“그제는 다른 인민반 공동변소에서 인분을 퍼가던 10대 학생에게 인민반장이 야단하면서 인분을 담았던 손수레를 뒤집으며 소리치다가 그 학생의 엄마가 나와 인민반장에게 공동변소 인분이 인민반장 것이냐며 말싸움을 벌이다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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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지난 2일, 공장노동자 1인당 퇴비 500킬로, 초·고급중학교 학생 1인당 200킬로를 이달 20일까지 주변 농장에 바치고 ‘퇴비증’을 바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주민들은 모은 퇴비를 지역마다 있는 국영농장에 가서 바친 뒤 퇴비증을 발급받아 공장 노동자의 경우 소속된 말단 작업반장을 통해 직장장에게 바치고 직장장은 퇴비증 총 톤수를 공장 당 조직에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정주부 여성(여맹조직)은 개별적으로 바치기도 하지만 대부분 단체로 각자 손수레에 싣고 지역 농장으로 가 여맹 초급단체별 퇴비증을 받아 상급 동 여맹조직에 바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여맹원은 공장 노동자보다 더 많은 퇴비 양이 주어지는 데 이는 '직업이 없이 집에서 노는 여자'라는 인식때문인데, 공장 노동자가 200킬로 퇴비과제로 끝난다면 가두여성, 즉 여맹원은 1톤까지 퇴비과제가 부여될 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동네 공동변소는 주민행정 말단조직 책임자인 인민반장이 관리한다며 자물쇠를 채우고 접근하지 못하게 하니 퇴비를 생산할 인분이 어디서 나겠냐”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해마다 1월이면 인분이나 퇴비를 파는 장사꾼도 있지만, 장사도 안되는 요즘 인분이나 퇴비까지 살 돈이 없어 개인이 기르는 돼지우리 옆에 쌓아놓은 돼지분뇨나 개인 집 변소의 인분을 훔쳐야 하므로 싸움이 빈번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새해 들어 퇴비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정주읍에서는 남의 집 돼지분뇨를 손수레에 몰래 실어가던 가두여성과 집 주인(여성)이 머리끄덩이를 쥐고 싸우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돼지축산으로 살아가는 여성은 돼지분뇨를 비료로 사용해 텃밭 농사를 지어 가족의 식량을 마련해야 하므로 필사적으로 돼지분뇨를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인분을 가지고 싸우는 나라가 어디 있겠냐며 식량도 안 주고 퇴비생산을 강제하고 있는 당국이 이런 상황을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손혜민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