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도 안 되는 데 새 인큐베이터가 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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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총비서의 출산 장려 정책에 따라 북한 양강도 당국은 혜산산원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의료 장비 특히 보육기(인큐베이터) 확충에 중점을 두고 있는데 의료계에서는 기본적인 냉난방이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북한 내부 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양강도 당위원회가 노동당 창건 80돌인 2025년 10월 10일까지 혜산산원을 현대화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양강도 보건부문 일꾼들이 크게 격앙된 분위기라고 복수의 양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 의료 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6일 "도당과 도인민위원회가 주최하는 '양강도 부문별 총화 회의'가 지난 10일부터 김정숙예술극장에서 연일 열리고 있다"며 "지난 14일에는 보건부문 총화 회의가 진행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올해 양강도 보건 부문의 성과는 각 시, 군 고려약(한약) 공장들에서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고려약 원료 기지를 조성한 것"이라며 "반면, 문제점으로는 도 종합병원의 낡은 의료 설비를 교체하지 못하고 혜산산원의 현대화가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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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평양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ap

소식통은 "어머니 대회 이후 중앙에서 각도 산원을 현대화하고 출산율을 높일 데 대해 여러 차례 지시를 내렸다"며 "양강도도 혜산산원 현대화 계획을 세우고 내부 보수공사를 진행했으나 보육기(인큐베이터)와 환자용 침대를 비롯한 의료 장비는 구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보육기를 비롯한 의료 장비는 전부, 중국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양강도는 건설에 필요한 백두산 부사(화산재)와 규조토를 중국에 팔아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중국의 건설업이 크게 위축돼 수출이 여의치 않았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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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지식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8일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혜산산원의 현대화를 완성한다는 도당의 계획에 의사들은 물론 일반 주민들도 한심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혜산산원 현대화에 필요한 의료 장비들을 모두 수입하려면 최소한 미화로 10만 달러가 있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혜산산원의 실태를 잘 파악하고 있다는 이 소식통은 "현재 혜산산원에는 2006년에 구입한 9대의 보육기가 있는데 이중 사용 가능한 것은 3대뿐"이라며 "이마저도 전력난으로 가동을 할 수 없는 데다 냉난방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산원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륙성 기후인 양강도는 낮밤의 온도 차가 크고 겨울 평균 기온은 영하 20도, 여름철 낮 기온은 30도에 육박합니다.

소식통은 "겨울에는 땔감이 없어 산원을 운영하지 못하고 여름에는 선풍기조차 없다"며 "이런 조건에서 산모의 생명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평양산원에서 사용하는 보육기는 대당 2만 달러부터 최고 7만 달러짜리로 알고 있다"며 "현재 지방의 산원에서 사용하는 보육기는 대부분 중국 상해의 의료기기 공장에서 제작한 것인데 가격이 3천 달러로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도당에서는 낡은 보육기 9대를 전부 폐기하고 상해의료기기공장에서 제작한 보육기 20대를 새로 도입한다는 계획이지만 여기에 필요한 자금만 6만 달러"라며 "양강도의 수준에서 6만 달러는 정말 쉽지 않는 큰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낡은 보육기를 새로운 보육기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놓고 양강도의 의사들은 '산원에 보육기가 왜 필요하냐?'는 입장"이라며 "갑자기 정전이라도 되면 보육기에 넣었던 아기는 손 쓸 새 없이 목숨을 잃고 만다는 것이 의사들의 의견"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양강도의 전기 상황은 전반적으로 열악하지만 수해 시기를 제외하고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았던 올해 특히 심각한 상황으로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에서 야간 맹세 모임을 하는 김정일 동상 주변으로 단 1개의 조명만 켜놓을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혜산산원 현대화를 놓고 주민들도 '운영도 못 하는 산원에 돈은 왜 들이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며 "산원을 현대화하려면 겨울철과 여름철의 냉난방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의사나 주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라고 소식통은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