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가 2020년 이후 4년만에 '북한 종교자유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탈북민 대부분은 북한에서 자유로운 종교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밝혔고, 10명 중 6명 꼴로 종교활동이 적발될 시 북한 당국의 처벌이 뒤따른다고 응답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23일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북한 종교자유 현황과 미래,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인식’ 세미나.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표한 ‘2024 북한 종교자유 백서’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탈북민 99.6%(14,374명 중 14,310명)는 “북한에서 자유롭게 종교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또 응답자의 98.6%(14,599명 중 14,393명)는 “평양 이외 지역에 합법적인 가정예배 장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북한에서 종교시설(교회, 성당, 절 등)을 합법적으로 방문한 경험이 있는지 묻자, 응답자의 0.8%(14682명 중 117명)만이 종교시설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응답자 1.1%(14685명 중 168명)는 북한에서 종교활동에 몰래 참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4.7%(14660명 중 690명)는 타인의 비밀 종교활동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밝혀, 북한 내부에서 비공개적인 종교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뒷받침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종교활동이 적발됐을 경우 처벌이 있는지 묻자 응답자 60.8%(14038명 중 8536명)은 ‘있다’고 답했고, 38.7%(14038명 중 5433명)은 ‘모른다’, 0.5%(69명)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종교활동에 대한 처벌 유형을 조사한 결과, 북한에서 높은 수위의 처벌에 해당하는 정치범수용소행이 46.4%(14038명 중 6514명)로 가장 높았고, 교화소행은 10.8%(14038명 중 1521명), 낮은 수위의 처벌인 노동단련형은 3.2%(14038명 중 449명)에 불과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북한 내 전반적인 종교박해 사건을 분류한 결과, 종교 활동에 의한 사건이 64.1%(2045건 중 1311건)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종교 물품 소지 17.9%(2045건 중 366건), 종교 전파 8.5%(2045건 중 174건), 종교인 접촉 3.5%(2045건 중 71건)로 뒤를 이었습니다.
북한 종교박해 사건발생 또는 목격 당시의 처벌 혹은 피해 수준을 묻자, ‘구금’된 경우가 45.3%(2045건 중 927건)로 가장 많은 응답률을 보였고, ‘이동의 제한’이 17.1%(2045건 중 350건), ‘사망’ 16.5%(2045건 중 337건), ‘실종’ 6.6%(2045건 중 134건), ‘상해’ 4.0%(2045건 중 82건), ‘추방 및 강제이송’이 2.8%(2045건 중 57건)였습니다.
이날 세미나 발표에 나선 양수영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원의 말입니다.
[양수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연구원]종교박해 사건의 피해 수준을 살펴본 결과 '구금'이 45.3%로 가장 많았고, '이동의 제한', '사망', '실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처벌 수준은 목격자가 목격 당시의 상황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최종적인 처벌수위는 더 높을 것이라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북한 종교박해 사건 2045건 중 목격과 경험에 의해 기록된 사건 비율은 47.1%이며 간접적인 청취에 따라 기록된 사건 비율은 52.9%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내 종교박해 사건의 시기별 발생과 관련해서는, 1990년대 17.7%(1943건 중 362건), 2000년대 39.5%(1943건 중 808건), 2010년대 8.7%(1943건 중 177건)의 종교박해 사건이 보고되는 등 많은 종교박해가 1990년대 이후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1990년대 후반 북한이 식량난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때 대규모 탈북이 이뤄지고 북한 주민과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증가하며 종교를 접할 기회가 확대된 것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 생활 당시 성경을 본 경험에 대해 묻자, 4.0%(14679명 중 580명)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이 또한 탈북 시점에 따라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2000년 이전 탈북한 경우에는 16명만이 북한 내에서 성경을 본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2000년 이후 탈북한 경우 성경을 봤다는 경험자는 564명에 달했습니다.
이번 북한인권정보센터의 ‘2024 북한 종교자유 백서’는 2020년 종교자유 백서 이후 약 4년 만에 발간됐습니다.
이번 종교자유 백서는 지난해 10월 조사 참여자까지 대상으로 했으며, 조사 대상자는 2001년부터 지난해 10월 사이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15,169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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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또 다른 발표자인 이승엽 북한인권정보센터 조사분석원은 올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강제동원 및 처우 문제, 파병군 가족의 피해 문제 등을 제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도 중국이 자국 내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대신 강제북송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고, 현지 시간으로 지난 20일 임기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인권을 후순위에 두며 대북제재가 일부 느슨해질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 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