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안 선생입네다”… 북 의료진 민주콩고서 위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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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아프리카 민주콩고 현지에서 북한 의료진이 운영하는 의료시설이 비위생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직접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자, 북한식 말투를 사용하는 여성이 전화를 받기도 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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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콩고 북한 의료시설에 걸려져 있는 인체 해부도의 모습. /현지소식통 제공

정체불명의 약물 사용 중인 북한 의료시설

중앙아프리카 민주콩고 수도 킨샤사의 한 의료시설.

의사로 보이는 동양인 남성과 벽에 걸린 ‘인체 해부도’에 적힌 한국어가 눈에 띕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현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으로부터 해당 의료시설 내부에서 촬영된 사진과 북한의사의 명함을 확보했습니다.

민주콩고 현지 언론이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22일 발간한 기사에 따르면, 이곳은 북한 의료진이 운영하는 의료시설입니다.

현지 언론은 이 시설은 비위생적인 환경과 불분명한 의약품 사용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의료진이 한방 의약품을 처방하는데, 이 약품들은 플라스틱 물병에 담겨 있으며 제조업체, 제품명, 유통기한 등의 정보가 전혀 표기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또한, 환자들은 치료 과정에서 심각한 언어 장벽을 겪고 있으며, 의료진이 자신의 증상을 정확히 이해하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더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북한 의료진은 환자들에게 비교적 높은 비용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진료비, 검사비, 치료비 등이 달러로 책정됐으며, 한 달 동안 하루 10달러씩 총 300달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민주콩고 인구의 약 3분의 2가 하루 2.15달러 이하로 생활하고 있어, 북한 의료시설의 치료비는 현지 경제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편입니다.

"여보시오 . 여기는 안 선생입네다"

RFA가 확보한 명함에 따르면 닥터 안(DR. AN)이라는 영문과 함께 주소와 약도,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습니다.

RFA는 5일 해당 시설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이곳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자마자 명확하게 북한식 말투가 들려옵니다.

[의료진]여보시오

[기자]안녕하세요 잘 들리시나요?

[의료진]예 안녕하십니까?

[기자]혹시 조선 분이시나요?

[의료진]여기는 안 선생(입네다) 안 선생

기자가 신분을 밝히고 질문을 하자 옆에 있는 남성이 전화를 끊으라고 재촉합니다.

[의료진]끊어,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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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콩고 북한 의료시설에서 문제가된 의약품. 플라스틱 물병에 담겨 있다. /현지소식통 제공

10명 의료진이 5개 한방 의료시설 운영

북한 의료진들의 해외 진료활동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위반입니다.

유엔 안보리가 2017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97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자금원을 차단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자국 내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 22일까지 송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지 언론에 따르면, 북한 의료시설은 현재 킨샤사에서 5개 이상 운영 중이며, 이들은 한방의학과 약재를 활용한 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RFA에“북한 의료진은 2018년경부터 민주콩고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라며“현재 약 10명이 킨샤사에 체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North Korean medical staff are thought to have started working in the Democratic Republic of the Congo around 2018. Right now, about 10 of them are staying in Kinshasa.)

민주콩고에는 북한대사관이 있었지만, 지난 2023년 11월 다른 아프리카 주재 대사관들과 함께 철수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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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선생(DR. AN)이라는 명함으로 전화를 걸자 북한 말투를 쓰는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현지소식통 제공

현지 의사 "북 의료시설, 폐쇄해야"

민주콩고 현지언론 ‘체인지업 7(changement7)’은 지난달 22일 민주콩고 의사협회 소속의 한 의사가 이 시설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익명의 한 현지 의사는 이 시설을 방문한 뒤, 이들 시설이 기본적인 의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의료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열대 의학 지식이 필수적인데, 북한 의료진이 이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라며“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오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규제 기관이 외국인 의료진의 자격 검증을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며 해당시설을 즉각 즉각 폐쇄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