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인권단체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파병됐다가 생포된 북한 군인들을 강제송환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1일 러시아 쿠르스크 주에서 2명의 북한군 병사를 생포했다고 밝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북한인권단체들은 23일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고 국제법 상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에 따라 북한군 포로를 본인의 의사에 반해 러시아나 북한으로 송환하지 말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한에는 북한인권시민연합(NKHR), 한보이스, 북한정의연대, 6.25국군포로가족회, 물망초, 노체인, 징검다리, 씽크(THiNK),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등 9개 북한인권단체들과 더불어 데이비드 알톤 영국 상원의원이 서명했습니다.
단체들은 서한에서 북한 당국이 투항한 병사들과 그 가족들을 반역자로 몰아 가혹한 형벌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제네바협약 해설서’를 인용해 전쟁포로의 송환이 인간의 보호에 관한 국제법 일반원칙에 명백히 반할 경우 억류국은 포로에게 망명을 허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3일 인터넷 사회연결망 ‘X(엑스)’에 공유한 글에서 김정은 총비서에게 포로 교환을 제안하면서도 송환을 원치 않는 북한군 병사들, 특히 전쟁에 관한 진실을 한국어로 퍼뜨려 평화를 앞당길 이들에겐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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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들은 우크라이나에 북한군 포로의 신원 공개를 자제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제네바협약에 따르면 포로는 항상 인도적으로 대우받아야 하며 폭행, 협박, 모욕, 대중의 호기심으로부터 항상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본인의 얼굴이나 이름이 알려질 경우 북한에 남겨진 가족이 보복을 당할 것을 우려한다며 생포된 북한군 병사도 이러한 걱정을 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여전히 북한군 파병을 부인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당국이 이를 입증하는 것은 생포된 병사의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단체들은 이에 더해 러시아와 북한이 파병된 북한군을 상대로 저지르는 잔학행위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보존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북한의 전투 개입 증거를 없애기 위해 북한군 부상병을 처형 또는 포격하거나 전사자의 시신을 훼손하는 행위는 향후 러시아와 북한을 전쟁범죄(war crimes) 또는 반인도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로 소추할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SO) 제8연대 소속 군인들은 지난 14일 자유유럽방송(RFE/RL)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쿠르스크 주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한 과정을 설명하며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이들의 생포를 막기 위해 대규모 포격을 가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제8연대 소속 병사 그리크(Greek)의 말입니다.
[그리크]러시아군이 우리가 북한 병사를 데려가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매우 정밀한 포격을 가했습니다. 그들은 끝까지 우리가 병사를 데려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1인칭 시점(FPV) 드론까지 동원했지만, 다행히 우리에겐 큰 피해는 없었습니다.
앞서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 총 1만1천여 명 중 300여 명이 사망하고 2천700여 명이 부상당했다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정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