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고단한 삶’ 영문 사진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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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인권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상황을 담은 사진집이 영문으로 출간됐습니다. 압록강과 두만강 건너 북한 지역의 모습이 담긴 사진집은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 사는 북한 주민들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생생한 사진으로 담은 책이 영문으로 출간됐습니다.

제목은 ‘Life in the Prison State’, 감옥 국가에서의 삶.

강동완 한국 동아대 교수가 지난 2015년부터 압록강과 두만강이 흐르는1,400km의 북중 국경과 러시아 연해주를 오가며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촬영한 사진 100여 장이 담겨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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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가 절단방지 장갑 없이 맨손으로 절단기를 사용 중이다. /사진제공- 강동완 교수

지난해 11월 한국어로 출간된 사진집 ‘북한인권, 사진으로 외치다’를 새롭게 엮어 7개월 만에 영문으로 발간한 겁니다.

저자 강 교수는 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인권의 열악한 실상을 영어권 독자들에게도 알리는 것이 목적”이라며 발간 이유를 밝혔습니다.

강동완 교수: 지난 여름과 겨울에 미국 애틀란타와 시카고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특강을 했었는데요, 사진들을 보여주니 미국의 많은 분들이 '너무너무 놀랍다, 어떻게 21세기에 이런 삶을 살아갈 수가 있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지금까지 북한이 이런 상황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강 교수는 이어 미국인들이 그가 촬영한 북한 사진에 관심이 많았으며 영어로도 발간해 달라는 수요에 따라, 영문판 제작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진집은 탈북민의 증언과 위성사진 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북한 연구에 있어 수년간 직접 접경지역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고 검증할 수 있는 자료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한국 통일부가 공개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한 탈북민은 북한 당국이 지금도 학생들을 강제노동에 수시로 동원하고 있다고 증언했는데, 강 교수의 카메라에도 북한의 아이들 수십명이 트럭 화물칸에 실려 농촌동원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강동완 교수: 아이들을 트럭에 태워서 일하러 보내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그냥 도로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천길 낭떠러지 길, 그 계곡길에 아주 위태롭게 트럭이 한 대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 화물칸에 실려있는 것은 짐이 아니라 놀랍게도 사람이었고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농촌 동원에 가고 있는 길이었는데, 너무나도 충격적이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여행증 검사를 빌미로 주민들에 대한 몸 수색, 소지품 검사를 했다는 탈북민들의 증언 역시, 망원렌즈를 통해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승합용 택시가 검문소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택시에서 모두 내려 일일이 검문을 받았고 안전원이 택시 안 물건까지 검열한 순간을 촬영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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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화물칸에 빼곡히 탄 아이들이 농촌 동원에 가고 있다. /사진제공- 강동완 교수

사진집에는 이 외에도 적절한 안전 장치 없이 건설 중인 고층 건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절단방지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절단기를 사용 중인 러시아 파견 노동자, 국경 곳곳에 초소와 전기 철조망이 설치된 모습, 영하 30도의 날씨에 꽁꽁 언 압록강 위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 여성의 모습 등이 포함됐습니다.

그는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세상에 전해야 한다는 소명으로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면서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고 강조했습니다.

강동완 교수: 이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보면서 북한에 대한 마음을 새롭게 하고, 더 나아가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해외에 있는 많은 분들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깨달을 수 있다면 이 책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강 교수는 이달 중순 미국을 방문해 북한 인권 실태를 알리기 위한 활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조지아 주 애틀란타 국립민권인권센터(National Center for Civil and Human Rights),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애틀란타와 워싱턴 지역 협의회 등에 이번 사진집을 전달하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