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독일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이 불법으로 임대해 준 숙박시설을 독일 정부가 즉각 폐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경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5년 말 북한 관광에 나섰다 억류된 후 혼수 상태로 풀려났지만, 2017년 6월 일주일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인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 부부.
리차드 그레넬 독일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 6일 이 웜비어 부부가 베를린을 방문했다고 인터넷 사회연결망(SNS)인 트위터를 통해 소개했습니다.
그리넬 대사는 트위터에서 “우리는 항상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씨를 만나기를 좋아하고, 오토의 부모는 놀라운 사람들입니다”라며 “미국은 이 가족을 너무 사랑하고, 이들이 베를린에 온 걸 환영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리넬 대사는 웜비어 부모가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독일 언론은 13일 웜비어 부모가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이 불법으로 임대해 준 호스텔(숙박시설)의 수익이 북한 정권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독일 정부가 이를 즉각 폐쇄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베를린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와 관련, 독일 공영 북부독일방송(NDR)과 rbb 24 등 현지 언론은 12일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을 방문한 웜비어 부모와의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특히 웜비어 부모는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 측에 북한 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허용되지 않았다고 독일 현지 방송(rbb 24)이 전했습니다.
프레드 웜비어 : 안녕하세요.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입니다. 저희는 오토 웜비어의 부모입니다.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나기 위해 왔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웜비어 부모는 아들인 오토 웜비어와 수천 명의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한 북한 정권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해, 매달 호스텔에서 3만8천 유로, 즉 미화 약4만2천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웜비어 부모는 북한 대사관의 불법 임대사업은 유엔 안보리 제재 위반일 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의 법도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독일 당국이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울러 웜비어 부모의 독일 변호사 로타르 해링(Lothar Harings)도 독일 경찰이 공권력을 이용해서라도 북한 대사관에서 운영되고 있는 ‘시티호스텔 베를린’을 폐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현재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에 건물 일부를 임차해 운영하고 있는 ‘시티호스텔 베를린’(Cityhostel Berlin)’은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독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측이 외교공관을 임대해 숙박 사업을 하고 있는 ‘시티호스텔’ 측과의 계약 만료를 통보했지만, 북한이 아직 재판 비용을 내지 않아 영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독일 외무부 관계자는 ‘웜비어 부모가 베를린 주재 북한 대사관 불법 임대시설 폐쇄를 촉구한 것’과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의에 그들이 독일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3일 확인한 결과, ‘시티호스텔 베를린’은 여전히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예약을 받고 있었습니다.
시티호스텔 베를린 직원 : 시티호스텔 베를린입니다. 전화와 인터넷으로 예약이 가능합니다.
이와 관련 이 업소 직원은 현재 법적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지만, 계속 영업을 지속할 것이라며 폐쇄 일정은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이 호스텔 웹사이트 예약창을 살펴보면, 내년 12월31월까지 예약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6년 11월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 2321호에서 “북한이 소유한 해외공관을 외교 및 영사 활동 이외 목적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